'대체자'는 벤치 앉았는데... 보장액 단돈 6.6억→'타점 1위+역대 외인 新' 카디네스 "더 잘 할 수 있다" 자신감 넘친다

고척=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3.3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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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외국인 타자 루벤 카디네스가 29일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스타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 타자 루벤 카디네스가 29일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스타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29일 SSG전 4회말 동점 홈런을 날린 카디네스(오른쪽)를 반기고 있는 홍원기 감독.
29일 SSG전 4회말 동점 홈런을 날린 카디네스(오른쪽)를 반기고 있는 홍원기 감독.
운명이 참 얄궂다. 폭발적 임팩트에도 부상을 겪는 불운으로 팀을 떠났던 외국인 선수와 그의 대체자가 시즌 초반 완전히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루벤 카디네스(27·키움 히어로즈)는 29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3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하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덕분에 키움은 4연승을 달렸고 4승 3패로 순위표에서도 공동 2위까지 도약했다.

키움의 상승세엔 '미친 화력'이 있다. 그 중심엔 카디네스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이 데이비드 맥키넌의 대체 선수로 영입했던 카디네스는 7경기에서 타율 0.333 2홈런 5타점 2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027로 폭발력을 보여줬다.

문제는 부상이었다. 돌연 옆구리 통증을 호소했고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태업' 논란까지 샀다. 엄청난 단기 임팩트에도 결국 삼성은 다시 외인 교체에 나섰고 카디네스는 아쉬움 속에 KBO리그와 작별해야 했다.


키움은 카디네스를 놓치지 않았다. 부상 우려 등도 있기에 단돈 60만 달러(8억 8260만원), 보장액 45만 달러(6억 6000만원)에 값싸게 카디네스를 데려올 수 있었다. 영입 과정에서 몸 상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까지 확실히 확인을 받았다.

카디네스가 4회말 홈런을 날리고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카디네스가 4회말 홈런을 날리고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김혜성(LA 다저스)까지 이탈하며 약해진 타선을 메우기 원했던 키움은 야시엘 푸이그와 함께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타자를 2명으로 구성한 팀이 됐다.

그 효과를 시즌 초반 제대로 보고 있다. 카디네스는 타율 0.440(25타수 11안타) 3홈런 16타점 7득점 6볼넷 6삼진, 출루율 0.515, 장타율 0.840, OPS 1.355로 펄펄 날고 있다.

29일 경기에서도 팀이 0-1로 끌려가던 4회말 상대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시속 136㎞ 체인지업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과감히 휘둘러 때려낸 타구는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동점 솔로포가 됐다. 시즌 3번째 홈런.

개막 후 7경기 연속 타점 기록을 이어갔다. 이는 개막 이후 최다 연속 경기 타점 타이 기록이다. 종전엔 김재환(두산)이 2020년 5월 5일부터 13일까지 기록을 작성했다. 외국인 타자로 제한하면 이미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종전 기록은 시오타니(SK)의 5경기였다.

5회에도 2사 1,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카디네스는 김광현의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받아쳐 깔끔한 좌전 안타로 3루 주자를 불러들이며 역전 타점을 올렸다.

타점에선 2위 맷 데이비슨(NC·11타점)과 큰 차이를 보이며 1위를 달리고 있고 타자의 생산력을 쉽게 보여주는 지표인 OPS에서도 2위를 달리고 있다. 득점권 타율 또한 0.667로 공동 1위다.

홈런을 치고 세리머니를 하는 카디네스.
홈런을 치고 세리머니를 하는 카디네스.
엄청난 강견도 자랑하고 있다. 지난 28일 SSG전에선 완벽한 송구로 주자를 잡아내는 보살까지 기록했다.

홍원기 감독은 29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수비 좌우 폭이나 이런 걸 떠나서 송구 정확도나 강도는 리그에서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런 부분들이 저희가 승리를 할 수 있는 데 엄청 큰 원동력이 됐다"고 흐뭇한 미소를 나타냈다.

경기 후 개막 후 연속 타점 행진 기록에 대해선 "이런 기록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주자가 있을 때는 그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복잡하게 계산하지 않고 그 순간 주어진 임무에 집중하고 있다. 앞에서 출루해주는 선수들 덕분에 이러한 기록을 만들 수 있었다. 동료들에게 감사하다. 지금의 컨디션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쉽게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전 스타뉴스와 만난 카디네스는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더 노력을 하고 있다"며 "타점을 낼 수 있는 상황에서 타격하는 걸 좋아해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에도 삼성에서 정확히 7경기를 뛰었고 키움에서도 같은 경기를 소화했다. 카디네스는 "가장 큰 차이점은 몸 상태가 작년에 비해 너무 좋다는 것"이라며 "내가 갖고 있는 걸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선 작년과 비슷하다. 실력적으로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작년보다는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는 카디네스와 열광하는 동료들.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는 카디네스와 열광하는 동료들.
카디네스가 홈런을 날리고 더그아웃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카디네스가 홈런을 날리고 더그아웃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외국인 타자가 2명인 유일한 팀이기에 더욱 부담이 클 법하다. 카디네스도 이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팀에 외국인 타자가 2명이 있고 서로 호흡을 잘 맞춰가고 있다. 팀에서 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크게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스윙에 대해서 최선의 결과를 내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작년 삼성에서 그를 대체했던 르윈 디아즈(29)가 부진하고 있어 더욱 대비된다. 디아즈는 7경기에서 타율 0.259(27타수 7안타) 2홈런 6타점 4득점, 출루율 0.276, 장타율 0.519, OPS 0.795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카디네스의 대체자로 합류한 디아즈는 29경기에서 타율 0.282 7홈런 19타점 14득점, OPS 0.849에 가을야구에서도 타선을 이끌며 삼성의 복덩이로 평가를 받았지만 올 시즌 초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키움과 개막 시리즈에선 2경기에서 5안타를 몰아쳤고 23일 경기에선 멀티홈런을 날리는 괴력을 보여줬지만 이후 4경기에서 16타수 1안타에 허덕였고 29일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는 결국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경기 중반 투입돼 적시타 하나를 날렸으나 여전히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시즌 초반이라고는 하지만 두 외국인 타자의 운명이 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삼성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가 29일 두산전을 앞두고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가 29일 두산전을 앞두고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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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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