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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사사키 로키가 30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경기에서 조기 강판된 뒤 더그아웃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사사키는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2025 MLB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1⅔이닝 3피안타 4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부진했다.
도쿄시리즈에서도 3이닝 동안 볼넷 5개를 허용하며 1실점, 조기 강판됐던 사사키는 이날도 반등하지 못하고 2경기에서 4⅔이닝 3실점을 기록 중이고 평균자책점(ERA)은 5.79로 치솟았다.
시속 160㎞대의 무시무시한 직구와 '귀신 포크'로 불리는 날카로운 스플리터를 정교하게 컨트롤하며 일본의 차세대 에이스로 평가받은 사사키지만 데뷔 시즌 초반 흐름이 좋지 않다.
1회에만 3피안타 2볼넷으로 2실점한 사사키는 2회에도 제구를 잡지 못했고 볼넷에 이은 폭투까지 범한 뒤 2사 1루에서 다시 볼넷을 허용했다. 야수진이 마운드에 모여 사사키를 안정시켜 사사키로 그대로 밀어붙일 것처럼 보였으나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았다. 교체를 결정하고 직접 마운드에 올랐다.
마운드를 내려가는 사사키의 표정은 매우 좋지 않았다. 경기를 지켜보며 눈물까지 흘리기도 했다. 현지 중계 카메라 역시 이를 놓칠 리가 없었다. 교체 과정에서의 태도도 화제가 됐다. 통상 투수들이 교체될 때 감독 혹은 코치에게 공을 넘기는 게 일반적인데 사사키는 글러브에 공을 쥔 상태로 마운드로 내려왔고 더그아웃 방향으로 공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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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가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답답해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로버츠 감독은 "지금 감독인 내 입장에서는 다음 등판까지 선수를 계속 지지해야 한다. 그는 성공 밖에 모르는 선수기 때문에 마운드에서 내려갈 때 화나고 실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가 돼야 한다. 우리 팀은 사사키를 필요로 한다. 다시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LA타임스도 사사키의 행동을 지적했다. "사사키는 분명히 충격을 받았고 로버츠에게 공을 건네지 않고 마운드를 떠났다"며 로버츠 감독이 "무례한 게 아니라 그저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듣고 싶었을 뿐"이라고 사사키의 예상치 못한 행위에 대해 두둔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게 중계카메라를 통해 포착됐던 사사키는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을 부인했지만 지역 매체들은 사사키가 겪은 심리적 피해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사사키는 61구 중 32구만 스트라이크로 기록할 정도로 제구가 잘 이뤄지지 않았고 볼넷을 5개나 내줬다. 2경기에서 내준 볼넷은 9개. MLB닷컴에 따르면 사사키는 다저스 역사상 첫 2경기에서 2번째로 많은 볼넷을 허용한 2번째 투수였다.
특히나 '귀신 포크'라고 불리는 스플리터가 말을 듣지 않는 게 고민거리다. 사사키는 시속 160㎞에 달하는 패스트볼과 함께 스플리터로 타자들을 압도하는데 MLB닷컴에 따르면 사사키는 컵스전 15개의 스플리터를 던져 두 번의 스윙 중 헛스윙 한 차례만 이끌어 냈다. 타이거스전에서도 15개의 스플리터를 던졌는데 4번의 스윙 중 헛스윙은 2회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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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시리즈에서 등판해 조기강판되고 있는 사사키. /AFPBBNews=뉴스1 |
구속 감소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사키는 일본프로야구(NPB) 시절 최고 구속 165㎞의 엄청난 패스트볼을 뿌렸던 투수지만 이날 가장 빠른 공은 155.9㎞, 평균은 154.7㎞에 불과했다. 컵스전 최고는 161.7㎞, 평균 157.7㎞였는데 불안한 제구 탓인지 구속이 확 줄었다. CBS스포츠는 "컵스전에선 빅리그 첫 선발이었기에 많은 아드레날린이 분비됐을 것"이라며 "이번엔 컨트롤에 더 중점을 두고 힘을 덜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스포츠넷 LA에 따르면 사사키는 경기 후 "기술을 제어할 수 없었다. 패스트볼과 스플리터, 슬라이더는 좋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구속도, 컨트롤도 좋지 못했다"며 "긴장감 없이 경기에 나섰지만 기술이 부족했다. 나만의 걱정거리도 있었다. 그 어려움에 마주해야 한다"고 말햇다.
로버츠 감독은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지금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지만 아직 흐름을 타지 못했다"며 "우린 계속 그를 믿는다. 성장하는 과정이다. 너무 깊게 생각하려 하지 않고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LA타임스는 "지금 당장은 스타가 될 수 없다. 다저스는 사사키만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다. 그의 초반 부진이 다저스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냉정한 현실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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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빠른 타이밍에 마운드에 오른 로버츠 감독(왼쪽에서 2번째)가 사사키의 교체를 지시하며 격려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에서 한 누리꾼은 "일본에서 그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이는 예상된 일이다. 그는 야마모토와 비교할 상대가 아니다. 그는 항상 좋은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므로 결과는 불가피하다"며 "문제는 그의 유치한 태도와 행동으로 인해 자신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 팬들은 '최선을 다해'라고 말하기보다 '내가 그렇게 말했잖아'라고 말할 가능성이 더 크다. 오타니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를 알게 되기를 바란다"고 충고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사사키는 성격이 까다롭다. 정신적으로 미숙해 투구가 일정하지 않다"며 "교체될 때 감독이 아닌 벤치 근처로 공을 던졌다. 삐딱하고 부주의해 보였다. 그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5만명 관중도 똑같이 생각했을 것이다. 그가 라커룸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 그는 눈물을 글썽였다. 더 성숙해지지 않으면 쫓겨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일본 내 반응이 싸늘한 이유가 있다. 사사키는 지바롯데 마린스에서 4시즌을 뛰었고 잦은 부상으로 인해 130이닝 이상을 소화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돌연 MLB 진출로 생떼를 부렸다. 구단 입장에선 팀에 공헌한 게 크지 않은 선수를 지금 보낸다면 아마추어 계약을 맺어야 해 포스팅으로 인한 이적료도 거의 챙길 게 없었다. 그러나 지난 겨울에도 이 같은 고집을 꺾지 않자 지바롯데는 결국 사사키의 미국 진출을 허용했다.
이미 일본 야구 팬들에게 사사키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선수라는 인식이 새겨져 있다. 부진한 투구에 따뜻한 격려가 이어지기 힘든 상황에서 프로답지 않은 행동들마저 이어지자 가시 돋힌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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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감에 고개를 떨구고 강판되는 사사키. /AFPBBNews=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