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통증'에도 성공률 60%, 김연경 "라스트댄스, 조만간 끝난다"... 여제는 이별을 준비한다

인천=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4.01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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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연경이 31일 정관장과 챔프전 1차전 승리 후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흥국생명 김연경이 31일 정관장과 챔프전 1차전 승리 후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팬들 조차 이젠 김연경(37·인천 흥국생명)의 맹활약에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흥국생명의 승리가 곧 '배구 여제'와 이별이 가까워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제 적으면 2경기, 아무리 많아도 4경기면 김연경을 더는 볼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여제는 화려한 엔딩을 위해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도 투혼을 펼치고 있다.

김연경은 31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대전 정관장과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16득점 활약하며 팀의 3-0(25-21, 25-22, 25-19) 셧아웃 승리를 견인했다.


김연경은 이날 블로킹과 서브 득점 하나씩을 포함해 팀 내 최다인 16점을 올렸다. 범실은 단 2개. 공격 성공률은 무려 60.87%를 기록했다. 이날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선수들 중 김연경을 제외하면 공격 성공률이 40% 중반대를 넘어선 선수도 없었다. 공격 효율도 52.17%로 압도적이었다.

올 시즌 막판 은퇴를 선언한 김연경에게 각 팀들은 흥국생명과 마지막 홈경기마다 은퇴투어를 선사했다. 시즌 최종전이자 서울 GS칼텍스가 준비한 은퇴투어에서 김연경은 단 1분도 코트에 나서지 않았다.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경기 전 "나아지긴 했는데 38세 선수에겐 당연히 지니고 있는 문제인 것 같다"고 답했으나 최종전 이후 열흘을 쉰 김연경은 겉보기엔 완벽한 몸 상태로 회복한 것처럼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였다.


31일 배구 팬들로 가득 들어찬 삼산체육관 전경. /사진=김진경 대기자
31일 배구 팬들로 가득 들어찬 삼산체육관 전경. /사진=김진경 대기자
김연경(왼쪽에서 3번째)이 득점 후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김연경(왼쪽에서 3번째)이 득점 후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1세트 김연경은 단 3득점에 그쳤다. 공격 성공률과 효율 모두 60%에 달했지만 점유가 15.62%에 불과했다. 투트쿠 부르주(등록명 투트쿠)와 정윤주, 아닐리스 피치(등록명 피치) 삼각편대를 더 많이 활용했고 결정적인 순간 김연경이 힘을 보태며 기선제압을 했다.

여제는 2세트부터 본격적인 기지개를 켰다. 공격 점유율은 31.43%로 높아졌고 45.45%의 성공률로 6점을 보탰다. 상대 주포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를 막아내는 블로킹도 잡아냈다.

영웅은 결정적인 순간에 더 빛을 발하는 법, 김연경은 3세트 공격 성공률과 효율 모두 85.71%로 압도적 면모를 자랑하며 7점을 폭발시켰다. 더불어 정윤주 또한 7점을 터뜨릴 수 있는 시너지를 발휘했다.

경기 전 사령탑은 오랜 기간 휴식으로 경기 감각에 대해 우려했으나 기우였다는 걸 확인한 경기였다.

경기 후 수훈선수로 선정돼 인터뷰에 나선 김연경은 "빨리 경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준비했는데 많은 관중들 앞에서 이길 수 있어 기뻤다"며 "몸 관리도 그렇고 차근차근 준비를 잘했는데 그런 게 잘 발휘돼 승리까지 이어질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연경(왼쪽에서 2번째)이 상대 더블 블로커 앞에서 스매를 날리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김연경(왼쪽에서 2번째)이 상대 더블 블로커 앞에서 스매를 날리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제 적으면 2경기, 많아야 4경기면 김연경의 배구선수로서 커리어는 마무리된다. 김연경은 몸 상태에 대한 질문에 "이 시기 정도가 되면 많은 선수들이 다 부상이 조금씩 있다. 큰 지장 없이 2,3차전을 잘 치러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투혼을 불사치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화려한 '라스트댄스'를 준비 중인 김연경. 그러나 정작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는 그는 "많은 분들이 제가 너무 라스트댄스를 많이 해서 오해를 하신다"며 "국가대표도 라스트댄스를 했고 뒤늦게 국가대표 은퇴식도 하다보니 은퇴가 하도 이슈가 많이 됐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안 끝났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런 분들을 위해 조만간 끝난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고 웃었다.

이날은 박정아, 한다혜(이상 페퍼저축은행), 김희진(IBK기업은행), 은퇴한 한송이 등이 현장을 찾았다. 김연경은 "경기 전에 앉아 있는 걸 봤다. 너무 좋은 자리를 준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팬들에게 줘야하는데 굳이"라면서도 "의미부여를 하자면 제가 마지막이기에 찾아온 것 아닌가 싶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완벽한 라스트댄스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 오랜 만에 나서는 실전이지만 "우린 그런 걸 별로 걱정 안했고 오히려 시간이 많아 좋았고 그 시간을 잘 썼다. 몸 관리도 잘했고 만날 상대들을 한 팀, 한 팀, 한 선수, 한 선수 잘 준비할 수 있어 좋았다"며 "(PO가) 3차전까지 갔을 땐 누가 상대가 되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빠르게 잘 마무리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연경(위)이 염혜선의 수비벽 위로 공격을 펼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김연경(위)이 염혜선의 수비벽 위로 공격을 펼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날 삼산체육관엔 5821명이 흥국생명 홈경기 시즌 6번째 매진을 이뤘다. 원정팀에겐 일방적인 응원 열기로 악명 높은 삼산체육관이지만 이날은 유독 더욱 열기가 뜨거웠고 관중들의 커다란 함성 소리로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다. 뜨거운 팬들의 응원에 최대한 많은 경기로 화답하고 싶지는 않을까. 김연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 그러시냐. 죄송하지만 3차전에서 끝내고 싶다"며 "그 이후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마지막까지 완벽한 마무리를 꿈꾼다. 상대로부터 지친 기색을 느끼지 못했다는 그는 "그래서 오늘 같이 오늘 미흡했던 걸 잘 준비하겠다"며 "생각보다 교체로 들어온 선수들이 서브를 때려서 많은 득점을 했는데 뛰고 있는 선수들의 서브 공략은 좋지 않았다. 그런 부분에서 더 집중해서 해야 한다. 상대 주 공격수 라인들을 공략하고 여러 부분에서 디테일하게 준비해서 나오겠다"고 다짐했다.

데뷔 시즌부터 신인왕과 정규시즌 및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3관왕을 달성하며 혜성처럼 떠오른 김연경은 4시즌 동안 3차례나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배구 최고의 스타로 등극했다.

이후 세계 무대를 누비며 역대 최고 선수 반열에 오른 김연경은 다시 흥국생명으로 돌아온 뒤엔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2022~2023시즌엔 먼저 2승을 챙기고도 리버스 스윕을 당하는 뼈아픈 경험을 했고 지난 시즌엔 수원 현대건설에 무기력하게 패했다. 그렇기에 이번 우승이 더 간절하다.

올 시즌 흥국생명을 우승 후보로 꼽는 이들이 많지 않을 정도로 전력이 불안정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나 김연경이 버티는 것만으로도 다른 선수들에겐 많은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됐고 엄청난 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했다. 결국 흥국생명은 압도적인 전력으로 일찌감치 챔프전 진출 티켓을 따냈다. 이제 남은 건 우승 타이틀 하나뿐이다. 우승까지 남은 건 단 2승. 이르면 다음달 4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아무리 늦어지더라도 8일 삼산체육관에서 그 결과가 가려지게 된다.

김연경(가운데)이 득점 후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김연경(가운데)이 득점 후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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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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