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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석환이 6일 사직 롯데전에서 8회 역전 2점 홈런을 터트리고 기뻐하고 있다. |
큼지막한 홈런포를 터트리고, 이를 직감한 듯 배트를 집어던졌다. 물 오른 타격감의 양석환(34·두산 베어스)이 팀의 일요일 17연패를 끊었다.
양석환은 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5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두산의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1회 첫 타석에서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던 양석환은 이후 팀의 역전극에 힘을 보탰다. 0-5로 뒤지던 두산은 3회초 정수빈의 안타와 양의지의 2루타로 무사 2, 3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양석환이 좌익수 앞 안타로 정수빈을 홈으로 불러들여 추격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강승호와 김기연의 연속 안타 때 본인도 득점을 올렸다.
이후로도 양석환의 타점 행진은 이어졌다. 4회초 두산은 이닝 시작과 함께 3연속 안타로 무사 만루를 만들었다. 양의지가 먼저 우익수 방면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올린 가운데, 양석환 역시 중견수 쪽 짧은 뜬공을 날렸다. 그 사이 3루 주자 이유찬이 몸을 날리는 슬라이딩을 펼쳐 홈으로 들어와 스코어는 5-5 동점이 됐다. 이후 강승호의 좌익선상 2루타까지 나오며 두산은 리드를 잡았다.
이어 6회에도 양석환은 정수빈의 볼넷과 양의지의 안타, 상대 포일로 만들어진 무사 2, 3루 기회를 만났다. 여기서 우익수 뜬공을 기록하며 3루 주자 정수빈을 불러들였다. 다시 한번 7-7 동점을 만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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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석환(오른쪽)이 6일 사직 롯데전에서 8회 역전 2점 홈런을 터트린 후 양의지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이미 담장을 넘어갔음을 직감한 양석환은 타구를 감상했고, 3루쪽 두산 더그아웃 쪽으로 이른바 '빠던(배트 플립)'을 시원하게 했다. 비거리 125m, 타구 속도 172.8km의 잘 맞은 타구였다. 이 한방으로 두산은 5점 열세를 뒤집고 14-12로 앞서나갔다.
두산은 9회 김재환의 적시타까지 터지며 15-12로 승리를 거둬 4시간 53분의 혈전을 마쳤다. 이로써 두산은 지난해 5월 26일 광주 KIA전부터 이어진 일요일 17연패를 마감했다. 전날 패배를 설욕하고 부산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마친 건 덤이었다.
이날 양석환은 6타석 4타수 2안타(1홈런) 5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두 차례 희생플라이와 적시타, 결승 홈런까지 터트리며 타점쇼를 펼쳤다. 선취점과 두 번의 동점, 한 번의 역전을 이끄는 등 영양가 만점이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양석환은 "1군에서 (경기)하면서 거의 톱3에 들어가는 경기 시간인 것 같다. 조금 힘들었는데, 오늘 같은 경기를 지면 타격이 큰데 이겨서 기분 좋게 쉴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고 있음에도 다른 선수들이 집중할 수 있게 따라가는 점수를 많이 내줘서 덩달아 더 집중하게 됐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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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석환(오른쪽)이 6일 사직 롯데전에서 8회 역전 2점 홈런을 터트리고 기뻐하고 있다. |
두산은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김재환과 양의지 등 중심타선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고, 외국인 타자 제이크 케이브도 엔트리에서 빠졌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양석환은 이날 경기 전까지 3게임에서 7안타를 몰아치는 등 쾌조의 감각을 보여줬다. 이승엽 두산 감독도 "타격감이 올라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양석환은 시즌 초반과 비교해 "달라진 건 없고, 나이가 먹으니 추울 때 안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생각임을 전제로 "지난 주는 너무 추운 데서 야구를 했다. 그런 환경에서 야구는 안했으면 좋겠다. 0도, 1도 기온에서 저녁에 경기를 한다는 자체가... 한파 취소도 기준이 어느 정도 있으면 좋겠다"며 의견을 밝혔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잘 버티고 있는 팀 상황에 대해 양석환은 "외국인 타자도 없고, 필승조도 없고, 다승왕 선발(곽빈)도 없다. 워낙 힘든 상황이지만, 그 자리에 들어간 선수들은 좋은 기회를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떻게든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다 보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원래 어려울 때 강해지는 법이다"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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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석환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