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새 구장까지...' 10개 구단 '안전 점검' 총력 "모기업이 직접 챙기고, 불필요한 부착물도 제거"

창원NC파크 전경. /사진=김동윤 기자

2일 창원NC파크 4번 게이트 앞에 추모화환이 놓여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프로야구 KBO 리그 각 구단이 안전한 야구 관람 환경 조성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KBO리그 정규시즌 경기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경기 도중 3루 쪽 매장 위쪽 외벽에 고정돼 있던 구조물(알루미늄 루버)이 추락하며 관중 3명을 덮쳤다. 이 중 구조물에 머리를 크게 다친 20대 여성 A씨는 병원으로 이동해 수술받았으나 3월 31일 끝내 유명을 달리했다. 이에 현장을 목격한 팬들은 물론 소식을 접한 야구팬들도 불안감을 호소했다.


지난해 10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야구가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데에는 야구장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편하게 놀러 갈 수 있는 공간인 점도 한몫했다. 하지만 그 근간이 되는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KBO 리그에도 악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KBO 사무국을 비롯해 각 구단 관계자도 이 점에 공감하고 안전 점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창원NC파크에선 오는 11~13일 NC-롯데전의 장소를 부산 사직구장으로 변경하고 전체적인 시설 점검을 진행 중이다. 직접적인 사고 원인이 된 내·외부의 루버 230개(외부 213개, 내부 17개) 전수 점검을 지난주 마쳤고, 구장 내 낙하 위험이 있는 비 구조체(부착물, 장식물 등)에 대한 점검에도 나섰다. 또한 NC, 창원시, 창원시설공단 등 3개 기관이 정확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마련하기 위해 합동대책반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

안전점검의 종류. /사진=생활법령정보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안전점검 등급 구분표. /사진=생활법령정보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NC 외 9개 구단도 지난주 긴급 안전 점검을 마쳤다. 지난달 새롭게 개장한 한화의 홈구장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역시 안전 점검 대상은 아니지만, 구단과 광고물 부착 업체 등이 점검을 실시했다. 모기업을 둔 대부분의 구단은 평소에도 계열사와 외부 업체 아웃소싱 등 통해 상시 시설 점검을 진행 중이었는데, 임대 형태, 안전 등급 등에 따라 각기 방법이 달랐다. 예를 들어 SSG 랜더스(2024년 10월)와 삼성 라이온즈(2023년 2월)는 상주 인력을 통한 안전 점검으로 정밀안전 점검 B등급을 유지했다.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는 정밀안전 점검 C등급을 받은 홈구장을 보유한 팀이다. A, B등급이 아닌 프로야구장은 둘뿐이다. 그런 만큼 관리에 더 철저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사직 야구장은 2023년 9월에 C등급을 받았다. 워낙 노후화된 구장이다 보니 2년에 한 번씩 부산시 체육시설사업소와 합동 점검하고 있다. 구단 자체적으로도 매년 비시즌에 일괄 점검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또 모기업 계열사 중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롯데 CM 사업본부가 매년 점검하는데, 지난해 자체 평가에서 (D등급~S등급 중) A등급이 나왔다. 정기 점검이 올해 5월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고로 (2군 구장인) 상동과 함께 한 번 더 일괄 점검했다"고 덧붙였다.

롯데 자이언츠 홈구장 사직야구장 전경.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KIA 타이거즈 홈구장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전경.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구단 관계자 역시 "지난해 C등급을 받았다. 한 달에 한 번씩 정기 점검을 하고 있다. 큰 틀의 유지·보수는 시에서 하지만, 부분적인 보수는 구단에서 한다. 이번 일은 본사에서도 직접 챙겼다. 본사 안전관리 인원과 광주 공장 안전 점검 인원들이 같이 왔다. 또 광주시에서도 교차 검증을 마쳤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구장 리모델링 사례로 꼽히는 수원KT위즈파크는 꼼꼼한 시설 관리를 통해 B등급(2024년 12월)을 유지하고 있는 사례다. 1989년 개장한 수원야구장을 2013년 리모델링한 위즈파크 시설 점검을 위해 이번에도 안전 관리 관계자들이 모두 모였다. 관리 주체인 수원시설관리공단을 비롯해 KT 구단, 내진 설계 담당 건축사무소, 외부 광고 업체 등이 총출동해 지난주 점검을 끝냈다. KT 구단 관계자는 "(법정 진단 외에) 우리 구단에서 매월 1회, 수원시에서 매년 1회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19일에 점검을 이미 했지만, 이번 일로 다시 점검해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사용하는 잠실야구장과 키움 히어로즈가 쓰는 고척스카이돔은 관리 주체가 조금 다르다. 잠실야구장 시설 점검을 담당하는 곳은 서울시 체육시설 관리사업소, 고척돔은 서울시설관리공단이다. 임대 형식의 차이로 인해 잠실야구장은 LG와 두산, 고척돔은 서울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한다.

서울시 체육시설 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행정적인 부분에서 다르다. 민간 기업의 투자를 받아 지어진 창원, 대구 구장과 달리 잠실이나 사직 같은 경우에는 애초에 지어져 있는 건물을 구단이 임대하는 것이다. '행정재산 관리 위탁' 제도라 하는데 그 경우에는 운영과 시설 관리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빌리는 쪽에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아파트 임대나 전세로 주는 것과 똑같이 생각하면 된다. 물론 시설물 자체의 균열이나 부식 또는 전광판, 전기, 통신, 소방 등 주요 설비에 대한 교체는 우리가 한다. 하지만 일상적인 안전 관리는 구단에서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홈구장 서울 잠실야구장 전경. /사진=김진경 대기자

만원 관중이 들어선 고척스카이돔./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실제로 LG와 두산은 잠실 야구장 관리 본부 사업소를 개설해 구장을 공동 관리하고 있다. LG와 두산에서 각각 두 명씩 파견하고 2년마다 대표자가 바뀌는 형태다. 평소에는 LG와 두산이 구장 관리를 담당하다가 이번 일처럼 안전 점검이 필요할 때 서울시 관리사업소에서 함께한다.

고척돔을 일일 대관하는 키움 구단은 서울시설관리공단에서 안전 관리를 전적으로 책임진다. 하지만 구단 관계자도 안전 관련 팀에 상시 참여해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고척돔은 야구 외에도 공연 행사 등이 많아 주기적으로 시설 점검을 받은 덕분에 10개 구장 중 유일하게 A등급을 받았다.

키움 구단 관계자는 "우리는 구장을 일일 임대하는 시스템이라 다른 구단과 일대일 비교를 할 순 없다"면서도 "고척돔 안전관리 담당자, 소방, 경찰 관계자가 포함된 단체 톡방에 구단 관계자도 있다. 경기 중에 일어나는 특이사항이나 안전 이슈가 생겼을 때 상시 소통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위험 요소가 될 만한 외부 부착물을 최소화하자는 의견도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롯데의 경우 이번 점검 때 구장 외부 부착물의 견고함을 확인하기 위해 드론을 띄웠고, 불필요하다고 판단된 부착물은 모두 제거했다.

다른 KBO 구단 관계자는 "우리나라 구장은 야구에 불필요한 장치·장식이 너무 많다. 메이저리그 구장만 가도 그 정도는 아니다. 팬 친화 구장이라는 걸 어필하려고 한 것인데,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구조물로 달아서 위험 요소를 만든다. 팬들에게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이번 기회에 최소화하는 것도 팬들의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