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흥국생명 선수들이 8일 챔프전 우승 후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가운데)을 헹가래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인천 흥국생명에 5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긴 명장 마르첼로 아본단자(55) 감독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도 일부 공격적이었던 이들을 향해 서운했던 마음을 꺼내놨다. 그토록 바랐던 우승을 이뤄낸 뒤이기에 밝힐 수 있었던 진심이었다.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은 8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대전 정관장과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5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2(26-24, 26-24, 24-26, 23-25, 15-13)로 승리를 거뒀다.
2차전부터 매 경기 풀세트 접전을 펼쳤고 이날도 끝날 때까지 장담할 수 없는 명승부가 이어졌고 그 끝엔 흥국생명이 미소를 지었다. 통산 5번째 우승이자 6년 만의 통합 우승. 나아가 김연경의 라스트댄스를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남달랐다.
지난 두 시즌 연속 준우승에 그쳤고 이번에도 1,2차전을 모두 이긴 뒤 3,4차전을 내줬다. 불길한 기운이 감돌기도 했지만 안방으로 돌아와 만원 관중 앞에서 가장 극적인 결과로 해피엔딩을 맞았다.
![]() |
우승 확정 후 기뻐하는 아본단자 감독(가운데). /사진=김진경 대기자 |
김연경은 건재했지만 흥국생명의 전력은 우승을 기대할 만한 수준으로 보기 어려웠다. 시즌 초반부터 우려가 컸다. 김해란은 은퇴했고 이주아(IBK기업은행)가 떠났고 아시아쿼터 황루이레이가 부진해 교체를 해야 했다.
일부 팬들은 정규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흥국생명 본사 앞으로 트럭을 보내 시위의 뜻을 나타냈다. 아본단자 감독의 즉각 교체를 요구하며 그 이유로 외국인 선수 선발과 경기 운영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한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꼴찌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정규리그가 개막하자 1라운드 전승을 시작으로 무려 14연승을 달렸다. 이후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 시즌 내내 압도적인 행보를 보이며 조기에 챔프전 진출을 확정했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팀에 우승을 안겼다.
스스로 트럭시위에서 나온 감독 교체의 근거로 내세운 것들이 틀렸음을 결과로 증명해냈다. 그리고는 아본단자 감독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도 무려 6개월 전의 이야기를 스스로 꺼냈다.
그는 "사실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때때로 같은 페이지에 있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감사하고 응원을 많이 해준 팬들께도 인사하고 싶다"면서 "KOVO컵이 끝나고 트럭도 보내주며 외인이나 나나 교체해달라고 했는데 내일은 다른 트럭을 보내 축하한다고 해주면 고맙겠다. 한국은 잘못했거나 실수하면 미안하다는 말을 잘하는 문화인 것 같다. 미안하다는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
아본단자 감독(왼쪽)이 우승 후 김연경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여제' 김연경 또한 존경심을 나타낸 명장이다. 감독으로서 유럽 팀들을 이끌며 코파 이탈리아, CEV컵, 튀르키예, 폴란드 리그 등에서 수 차례 우승을 달성했고 매 시즌 손에 닿을 것 같았던 V리그 우승 트로피마저 손에 넣었다.
튀르키예 페네르바체 시절부터 아본단자 감독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한 김연경은 "우리 선수들은 많은 배구를 배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모든 선수에게 물어봐도 배구에 대해선 물음표가 없는 감독이었다. 많은 선수들이 본받을만한 감독이다. 2년 동안 많은 선수들을 성장하게끔 해줬고 마무리까지 잘돼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연경과 마찬가지로 팀에 우승을 안겨준 사령탑은 홀연히 떠나간다. 그는 "다음 시즌엔 없을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리고 싶다"며 "아직까지 어디로 갈지 확정되진 않았지만 흥미로운 곳이 있다면 거기로 갈 것이다. 내년에는 한국에서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아본단자 감독은 이날 곧바로 이탈리아행 비행기에 오른다.
김연경은 "경기 전에 선수단과 작별 인사를 했다"며 "너무 감사드리고 많은 선수들의 성장과 한국 배구에 좋은 영향을 주셨다"고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 |
우승 후 인터뷰를 하고 있는 아본단자 감독. /사진=안호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