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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장 주장 염혜선이 8일 챔프전을 준우승으로 마친 뒤 스타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정관장은 8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2-3(24-26, 24-26, 26-24, 25-23, 13-15)으로 패했다.
13년 만에 챔프전에 진출했고 그 과정도 드라마 같았다. 주전 5명이 부상으로 신음했지만 시리즈 후반이 될수록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힘이 나왔고 그로 인해 배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품 시리즈가 완성됐다.
결과는 준우승이었지만 고희진(45) 감독의 마음속엔 정관장 선수들이 진정한 위너였다. 경기 전 "선수들에게 '극복'해보자고 말했다.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간절함으로 하자고 했다"며 "지지 않겠다는 마음이 하나로 모아졌다는 게 느껴졌다. 서로 인상 찌푸리지 않고 하나가 돼 싸웠다는 것이 보기 좋았다. 그런 모습이 투혼과 더불어서 감동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결과는 아쉬웠지만 경기 후 고희진 감독은 "제일 자랑스러운 건 우리 선수들이다. 파이널까지 간 것도 대단하고 명승부를 만들어준 선수들이 더 자랑스럽고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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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선. /사진=KOVO 제공 |
염혜선은 "진짜 종이 한 장 차이였던 것 같다. 확실히 (김)연경 언니는 연경 언니였고 그럼에도 우리 선수들이 대등하게 너무 잘 싸워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다시 도전하면 된다. 다시 해서 내년에 우승하면 된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대부분의 배구 팬들이 김연경의 커리어 마지막 우승을 기대했다. 그렇기에 1,2차전을 내주고도 분위기를 뒤바꾸기 시작한 염혜선은 "악역이 돼 보겠다"고 했고 4차전 승리 후엔 "악역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결과는 아쉬운 준우승이었지만 정관장은 단순한 조연도, 악역도 아니었다. 흥국생명이 가장 빛날 수 있었던 이유는 역대급 명승부를 만들어 준 또 다른 주연 정관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 스토리를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건 선수들이 보여준 눈물겨운 투혼 때문이었다.
아웃사이드 히터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와 미들 블로커 박은진이 시즌 막판 발목을 다쳤고 세터 염혜선은 플레이오프 1차전 도중 무릎 부상이 재발해 2차전에 결장했다. 리베로 노란은 3차전에서 다쳐 챔프전 1차전에 나서지 못했다. 주포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마저 무릎이 온전치 않았다.
그렇기에 15일 동안 8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펼치면서도 흥국생명을 끝까지 압박한 것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특히 1,2차전 패배로 벼랑 끝에 몰렸음에도 3차전부터 보여준 괴력은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선수들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선수들은 진통제를 맞고 투혼을 펼쳤고 경기 중에도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이를 악물고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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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선(가운데)이 준우승 트로피와 상금을 수여받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주장 염혜선은 기적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남다른 팀워크를 꼽았다. "저희가 항상 팀워크를 강조했는데 그렇기에 이뤄낼 수 있었던 결과인 것 같다"며 "물론 아쉽지만 부상이 경기력을 좌우했다고 핑계를 대고 싶진 않았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선수들이 본인이 아파서 안 뛰면 개인적으로도 너무 속상하다"며 "여기까지 왔는데 고생한 게 그냥 고생으로 끝나서 속상하긴 하지만 다시 또 도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시즌 전력이 어떻게 변화가 생길지는 알 수 없다. 외국인 선수들의 잔류 여부를 비롯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될 선수들도 있다. 다만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눈부신 활약을 펼친 경험은 팀에 분명한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염혜선은 "팀 구성에 변화가 생기든 그대로든 다음 시즌엔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수고한 선수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염혜선은 "처음 주장을 맡았는데 잘 따라와줘서 너무 고맙다"며 "우리는 도전자 입장이니까 다시 또 도전해서 꼭 내년에는 정상에 서도록 해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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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선(왼쪽)과 고희진 감독. /사진=KOVO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