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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배우 문소리가 2일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2025.04.02 /사진=김휘선 hwijpg@ |
넷플릭스 오리지널 '폭싹 속았수다'는 지난달 7일부터 매주 4회씩 공개되어 16부를 끝으로 막을 내린 장편 드라마.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아이유, 문소리 분)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박보검, 박해준 분)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냈다.
임상춘 작가의 감동 서사에, 김원석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으로 뜨거운 호평을 얻은 '폭싹 속았수다'. 여기에 믿고 보는 배우 문소리가 어른 애순을 연기,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해 완성도를 높였다. 남편 박해준과의 끈끈한 부부 케미, 아이유와 모녀 호흡 등 다채로운 활약으로 극의 중심을 든든하게 이끌었다.
이에 '폭싹 속았수다'는 공개 5주 차에도 글로벌 순위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9일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넷플릭스 톱10'에 '폭싹 속았수다'는 지난달 31일부터 4월 6일까지 54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상영 시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비영어 TV 쇼 부문 1위에 등극했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볼리비아, 칠레, 모로코, 필리핀,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총 39개 국가에서 톱10 리스트에 진입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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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배우 문소리가 2일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2025.04.02 /사진=김휘선 hwijpg@ |
겨우 감정을 추스르며 문소리는 "이 질문을 받으니까 진짜 끝났구나 싶고, 이제 보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난다. 애순이의 생애, 한 사람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마치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말이다. 죽기 직전에 이렇게 쫙 펼쳐지겠구나 싶다. 그만큼 정말 (애순이로서) 후회 없이 살았다. 주변에 너무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 거센 바람과 추위에도 정말 행복했다. 촬영 기간이 꽤 길었고 노역까지 연기해 본 것도 처음이었다. 많은 분이 공감해 주시니까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라고 남다르게 되새겼다.
또한 문소리는 '폭싹 속았수다'에 대해 "내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고, '인연'을 만났구나 하는 생각이 든 작품이었다. 대본을 받자마자 너무 하고 싶어서, '이 작품은 뭐라도 해야겠다' 싶을 정도였다. 대본이 무척 감동적이었다. 작가님, 감독님에 대한 믿음도 컸다. 의심 없이, 지체 없이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좋은 작품의 힘을 이번에 다시 한번 느꼈다. 그런 작품을 만났을 때 얻는 이 충만감, 성취감 이런 것들은 그 어떤 다른 것과도 바꿀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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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배우 문소리가 2일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2025.04.02 /사진=김휘선 hwijpg@ |
애순 역할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기도. 문소리는 "드라마를 보신 주변분들은 제 평소 모습이 나온다고 하더라. 여러 가지가 섞였을 거 같다. 연기하면서 우리 엄마는 어땠나 생각도 하고, 무의식 중에 딸한테 밥 먹이려 뒤쫓아 다니고 또 잔소리하고 하던 모습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을 거 같다. 저도 나이 들어서도 애순이처럼 말할 수 있고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할머니가 됐으면 싶다"라고 말했다.
워낙 몰입한 덕에 징크스마저 깨졌다는 문소리. 그는 "그동안 제가 경험한 바로는 눈물 연기를 할 때 3번까지는 눈물이 나는데, 대개 4번째부터는 눈물이 잘 안 났다. 리허설도 포함이라, 그때 울어버리면 기회가 두 번밖에 안 남게 되는데 '폭싹 속았수다'는 내 징크스가 안 통했다. '컷'해도 그렇게 눈물이 났다. 특히 나문희(김춘옥 역) 선생님과의 신에서 그랬다. 선생님께서 '왜 사람들이 문소리 문소리 하는지 알겠네' 하시는데, 진짜 금메달을 딴 것 같은, 서울대에 합격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께 너무 감사드린다"라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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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 속 문소리, 아이유 스틸 /사진=넷플릭스 |
아이유와의 2인 1역에 대해 문소리는 "저도 아이유를 워낙 좋아해서 기대가 됐다. 다만 아이유의 팬덤이 크니까, 애순이가 아이유에서 문소리로 전환됐을 때 혹시나 보시다가 '실망하시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조금 들었었다. 너무 다행인 건 아이유가 캐스팅 기사가 나자마자 직접 '팬들이 굉장히 좋아한다'고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해줬었다. 첫 고비는 잘 넘어갔네 싶었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그는 "아이유만 한 딸이 또 있을까 싶다. (박)해준 씨랑 저랑 늘 뒤에서 이 얘기를 했었다. 둘이서 아이유를 보며 '누구 딸이냐, 대단하다'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했을 정도이다. '저걸 어떻게 다 해내냐' 이런 사담을 나눴었다. 아이유는 정말 야무지고 똑 부러진다. 근데 그게 이 업계에 오래 있어서 스킬이 늘었다, 그런 게 아니다. 배우로서도 가수로서도 다 잘해나가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문소리는 "저희 딸도 아이유의 팬인데, 팬이 될만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요즘엔 '아티스트'라 표현하지 않나. 사실 '아티스트란 말을 너무 많이 쓰네' 하는 혼자만의 꼰대 같은 생각이 있었다. 근데 아이유는 정말로 아티스트가 맞더라.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존경할 만한 지점이 있는 아티스트이다"라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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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배우 문소리가 2일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2025.04.02 /사진=김휘선 hwijpg@ |
문소리는 "저는 오히려 너무 신기해하는 딸의 그 모습이 신기하더라. 어릴 때부터 집에 그렇게 많은 연예인들이 오고, 딸이 보고 했으니까. 근데 지금 와서 제가 조나단 만난 것도 신기해한다. 왜 자기한테 조나단 만나는 거 말 안 했냐고 그런다. 제가 직업을 바꾼 것도 아니고 저는 줄곧 이거였는데. 집에 강동원 오고, 딸이 (송)혜교 언니한테는 인형 선물을 받기도 했었다"라고 말해 폭소를 더했다.
이어 그는 "엄마가 아이유랑 드라마 찍고 그걸 또 보이넥스트도어가 재밌게 보고 했다는 게, 딸이 너무 신기하다고 지금은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제가 '그래, 부끄럽지 않고 재밌어하니 다행이다' 그랬다"라고 '폭싹 속았수다' 이후 딸에게 달라진 위상을 유쾌하게 이야기했다.
남편인 장준환 감독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장 감독은 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1987'(2017) 등을 만든 충무로의 주요 연출자 중 한 명이다.
문소리는 "남편도 '폭쏙 속았수다'를 굉장히 좋아했다"라며 "원래 눈물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정말 눈물이 없는데, 오랜만에 남편의 눈물을 봤다. 임상춘 작가님이 대단하시다는 얘기도 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문소리는 "박해준과 촬영하면서 했던 얘기인데, 무던한 성격이 저희 남편과 비슷하다. 천천히 와서 툭 한마디 하는 그 속도, 주파수가 서로 비슷한 바이브가 있다. 박해준이 남편과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작업을 했어서, 우리 남편을 잘 알고 있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장 감독 역시 '사랑꾼 남편'으로 유명한데, 문소리는 "관식이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 웃음을 유발했다. 그는 "남편이 많이 따뜻하고 다정하고 한결같은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분도 노력하고 개선할 부분이 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끝으로 문소리는 "넷플릭스의 장녀, 맏딸이 되고 싶다"라는 바람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영화가 많이 없지 않나. 제작 편수가 너무 줄었고, 제작되더라도 여름 텐트폴처럼 블록버스터 아니면 초저예산 독립영화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라 넷플릭스가 아니었으면 저도 생계가 걱정됐을 것 같다. 영화가 없는 가운데 넷플릭스 작품에 출연해 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그만큼 세상이 변화한 것이라 본다. 제가 처음 영화할 땐 필름으로 영화를 찍었고 멀티플렉스 극장이 없을 때 시작했는데, 극장이 바뀐 것도 큰 변화였다. 그런데 OTT 플랫폼이 생겨나며 또 큰 변화를 겪었다. 그런 변화 속에서 내가 뒤처지지 않고, '내가 따라가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이렇게 시대 변화에 적응해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본업에 누구보다 진심인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