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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장 준우승 시상식.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정관장은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팀이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도드람 2024~2025시즌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각 팀 감독들은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이 우승 후보라 입을 모았다. 한국배구연맹(KOVO)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정관장은 다크호스로 거론될 정도였다.
실제로 시즌 초반 정관장은 우승 경쟁과 거리가 있었다. 2라운드 결과 정관장은 6승 6패 18점으로 2위 현대건설(27점)과 격차가 큰 4위였다. 반면 흥국생명은 개막 후 12경기를 모두 잡아내며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었다.
점점 기세를 올린 정관장은 3라운드부터 여자부 판도를 뒤집어 놨다. 흥국생명(3승 3패)과 현대건설(4승 2패)이 잠시 주춤하던 틈에 6전 전승을 올리며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4라운드에서도 5승 1패를 기록하며 2위 현대건설과 격차를 승점 3까지 좁혔다. 5라운드 결과 현대건설까지 제치고 2위를 탈환했다.
6라운드 시작 전 PO행을 확정한 정관장은 시즌 교두보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주포 부키리치(반야 부키리치)는 발목 부상으로 쓰러졌고, 핵심 미들블로커 박은진마저 왼쪽 발목을 다쳤다. 리그 내 공격 시도 상위권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도 무릎에 이상이 생겼다.
PO 1차전을 홈에서 치를 기회마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위 싸움을 자신하던 고희진 감독도 3위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며 핵심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끝내 후보급 선수들만 내세운 정관장은 현대건설에 무기력하게 셧아웃 완패했고, 정규리그를 3위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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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장 메가가 지난 6일 챔프전 4차전 승리 후 눈물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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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장 준우승 시상식.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
다만 정관장의 뜨거운 기세가 이어질 기미는 어려워 보였다. 이틀에 한 번꼴로 경기를 치를 정도로 강행군을 펼쳐 주축 선수들의 회복할 겨를도 없었다. 고 감독도 "몸 상태가 더 안 좋아질 수는 있어도 좋아질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반면 정규리그 5경기를 남기고 우승을 조기에 확정한 흥국생명은 주전 선수의 체력과 경기 감각을 고루 고려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실제로 챔피언결정전 흐름은 배구계 예상과 같이 흘러가는 분위기였다. 흥국생명이 첫 두 경기를 연달아 잡아내며 우승까지 단 1승을 남겨뒀다. 라스트 댄스를 선언한 김연경의 질주를 막기엔 정관장이 힘에 부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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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선. /사진=KOV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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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키리치. /사진=KOVO 제공 |
최종전에서는 V-리그 역사상 손에 꼽을 만한 명승부를 펼쳤다. 네 번의 세트 모두 듀스로 향한 혈투였다. 5세트 접전 끝에 흥국생명이 정관장의 맹추격을 끝내 뿌리치고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김연경의 마지막 우승을 보러온 팬들도 마치 악역 같았을 법한 정관장의 투지에 큰 감명을 받았다. 정관장의 준우승 시상 당시 흥국생명 홈팬들은 아낌없는 박수갈채와 함성을 보냈다. 고 감독도 "선수들의 투혼이 감동을 줬다"며 챔피언결정전 시리즈를 돌아봤다.
롤러코스터 같은 시즌을 보낸 정관장은 다음 시즌 전력 변화가 불가피하다. V-리그 최고 공격 자원 메가는 홀어머니와 생활을 위해 정관장의 재계약 요청을 끝내 거부했다. 부키리치는 젊은 나이에 도전을 위해 V-리그를 떠나게 됐다.
2024~2025시즌 정관장은 명품 주연으로 김연경의 흥국생명과 함께 V-리그를 빛냈다. 메가의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11일 오전 진행되는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 사활을 걸어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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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선(왼쪽)과 고희진 감독. /사진=KOV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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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진 정관장 감독(왼쪽)이 4차전 승리 후 메가를 안아주고 있다. /사진=KOVO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