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현대캐피탈 통합우승 이끈 '명장의 힘' [V-리그 결산 ①]

안호근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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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왼쪽)과 마르첼로 아본단자 전 흥국생명 감독. /사진=KOVO 제공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왼쪽)과 마르첼로 아본단자 전 흥국생명 감독. /사진=KOVO 제공
한 시즌 여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남녀부 모두 천안 현대캐피탈과 인천 흥국생명이라는 통합 우승을 배출하며 시즌이 종료됐다.

현대캐피탈은 KOVO컵과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까지 모두 정상에 오르며 트레블을 달성했다. 이는 2009~2010시즌 대전 삼성화재, 2022~2023시즌 인천 대한항공에 역대 3번만 나온 기록일 정도로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압도적인 면모를 보였다.


2005~2006시즌 이후 19년 만의 구단 통합 우승이자 정규리그 6경기를 남겨두고 역대 최단기간에 1위를 확정지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를 데려오며 허수봉과 최고의 쌍포를 필두로 국가대표 라인업이 대거 포진한 탄탄한 선수층도 있었지만 이들을 하나로 만든 필립 블랑(65·프랑스) 감독을 선임한 게 가장 결정적이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리그에서 감독 생활을 이어온 블랑 감독은 프랑스 대표팀, 일본 대표팀 지휘봉도 잡았을 만큼 지도자로서 명망이 높았고 일본 대표팀을 이끌고는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며 일본 배구를 46년 만에 세계대회 메달로 이끌었다. 아시아 배구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던 그는 현대캐피탈 감독으로 부임 직후부터 성과를 냈다.


블랑 감독은 KOVO컵에서 첫 단추를 잘 꿴 것을 트레블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챔프전 우승을 달성한 뒤 그는 "그 우승으로 인해 우리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이 챔프전 우승 후 트로피 3개를 앞에 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이 챔프전 우승 후 트로피 3개를 앞에 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16연승을 달리며 일찌감치 우승을 예고했고 일찌감치 챔프전 직행 티켓을 거머쥔 현대캐피탈은 통합 4연패의 주인공 대한항공을 3연승으로 꺾고 최강팀 자리에 올랐다.

무엇보다 주축 선수의 부상 관리가 가장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부분의 팀들이 부상으로 인해 100% 전력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데 현대캐피탈은 주축 선수들이 큰 부상 없이 최단기간 우승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블랑 감독의 철저한 선수단 관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최고의 선수진을 갖추고도 기본기를 중시하며 선수단에 경각심을 심어줬고 선수단의 보완점 하나 하나를 매우 세심하게 메워주는 감독이다.

블랑 감독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배구를 즐기고 사랑하지만 그 외의 분위기도 즐겁게 형성돼야 한다"며 "선수들과 유대감 형성이 중요하다. 지도자가 갖춰야 할 첫 번째 영역이다. 외국인과 국내 선수가 있어 어려울 수 있지만 그런 걸 할 수 있게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흥국생명은 드라마 같은 엔딩을 장식했다. 2시즌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고 김연경의 '라스트댄스'로 더욱 우승이 절실했다. 시즌 전까진 우승 후보로 불리지 않았으나 개막과 함께 14연승을 달렸고 일찌감치 챔프전 직행을 확정했다.

아본단자 감독이 통합 우승 후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아본단자 감독이 통합 우승 후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챔프전에선 막강한 상대 대전 정관장을 만나 2연승 후 벼랑 끝까지 몰리기도 했으나 5차전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결과를 만들어내며 결국 통합 우승을 장식했다. 6년 만의 통합 우승.

김연경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으나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차가 어떤 팀보다 확연한 상황이었기에 결코 쉽지만은 않은 여정이었다.

지난 두 시즌 챔프전에서 아픔이 있었기에 아본단자 감독 또한 간절한 우승이었다. 국제배구연맹(FIVB) 클럽 세계선수권 준우승을 비롯해 유럽배구연맹(CEV)컵, 코파 이탈리아, 아제르바이잔 슈퍼리그, 튀르키예 아로마 리그 등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그에게 V리그 우승은 마지막 과제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에는 선수단의 체력을 1순위로 생각해 체력 관리에 전념했다. 김연경의 은퇴투어 경기에 벤치에만 앉혀두며 팬들의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아본단자의 큰 그림은 대성공으로 귀결됐다.

정윤주의 성장을 이끌었고 트레이드로 세터 이고은과 리베로 신연경을 데려오며 한층 완성도 높은 전력을 만들었다. 때론 선수들에게 쓴소리도 아끼지 않으며 자극제가 됐다.

아본단자 감독은 우승 직후 작별을 고했다. "다음 시즌엔 없을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리고 싶다. 내년에는 한국에서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고 이튿날 이탈리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튀르키예 페네르바체 시절부터 함께 한 김연경은 "우리 선수들은 많은 배구를 배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모든 선수에게 물어봐도 배구에 대해선 물음표가 없는 감독이었다. 많은 선수들이 본받을만한 감독이다. 2년 동안 많은 선수들을 성장하게끔 해줬고 마무리까지 잘돼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경기 전에 선수단과 작별 인사를 했다. 너무 감사드리고 많은 선수들의 성장과 한국 배구에 좋은 영향을 주셨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흥국생명 선수단이 통합 우승 확정 후 아본단자 감독(가운데)을 헹가래 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흥국생명 선수단이 통합 우승 확정 후 아본단자 감독(가운데)을 헹가래 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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