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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을 더욱 키우는 건 이번 대출채권이 변제 우선순위에 해당하는 '공익채권'이라는 점이다. 기존 채권자들의 변제 순위는 뒤로 밀리게 돼 반발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주주 MBK 김병주 회장의 사재출연은 '쥐꼬리' 수준이란 평가를 받는데다 또 다른 사모펀드에서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땜질처방'을 한 것에 지나지 않는 만큼 MBK와 김 회장을 둘러싼 책임론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사모펀드 운용사 큐리어스파트너스에서 600억원 규모 대출을 받는다. 연 10% 금리에 상환 만기는 3년이다. 빌린 자금은 홈플러스 매장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정산대금을 지원하는 데 쓰일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미 홈플러스가 대주주 MBK의 차입매수(LBO)로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또다시 빚을 내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2015년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전체 거래금액 7조2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4조3000억원을 홈플러스 명의를 포함한 차입금으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홈플러스는 차입금을 줄이는 데 상당한 난항을 겪었다.
주요 신용평가사도 올 2월 말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차입부담 악화를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한국기업평가는 보고서에서 "지속적 점포 매각으로 인수금융을 상환하고 투자재원을 마련했지만 최근 점포 매각 규모가 감소함에 따라 차입금이 재차 증가세로 전환했다"며 "2024년 11월 말 순차입금은 5조3120억원으로 전년동기말 대비 1194억원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1408.6%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이미 과중한 차입부담에 시달리는 와중에 정산대금 지원 명목으로 큐리어스에서 600억원을 연 10%라는 고금리로 빌린 처사는 패착이라는 지적이다. 홈플러스가 수백억원대 원리금 상환 부담을 추가로 떠안았기 때문이다. 재무건전성을 확립하는 기업회생 본연의 취지와도 맞지 않으면서 채권단이 MBK의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에 반대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전망도 대두된다.
이번 유동성 조달이 DIP 대출(Debtor-In-Possession Financing)로 실행된 점 또한 논란으로 불거졌다. DIP 대출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기업이 운용자금이나 채무변제 자금을 얻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새로운 금액을 빌리는 금융기법을 말한다.
DIP 대출채권이 공익채권으로 분류되면서 문제로 떠올랐다. 공익채권은 무보증 채권 가운데 최우선으로 변제되는 채권이다. 이 경우 기존 채권자들의 변제순위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1조2000억원 규모 선순위 대출을 해준 메리츠금융그룹을 비롯해 1106억원의 대출금이 묶인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반감을 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유동화전단채(ABSTB)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개인·법인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길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홈플러스 ABSTB 발행잔액은 4019억원으로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분은 1777억원이다. 회생절차에서 변제 순서는 공익채권, 회생담보권, 상거래채권·금융채권이다. 향후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 뒤 ABSTB 상환순위가 후순위로 밀리고 채무가 조정되면 전액 변제도 불가능할 수 있다. 최장 10년간 분할 상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법조계에서 제기된다.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도 DIP 대출을 강력히 비판했다. 비대위는 11일 MBK 김병주 회장, 홈플러스 공동대표를 겸하고 있는 김광일 부회장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집단으로 고소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DIP 파이낸싱 채권은 공익채권으로 분류돼 다른 채권보다 변제 순위가 앞서는 방식"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김병주 회장의 원금은 손실이 없는 방법으로 빌려준 돈일 뿐"이라고 성토했다.
업계 관계자는 "MBK가 진정으로 홈플러스를 살리고자 한다면 빚 부담을 추가로 떠넘기기보다는 자본 확충, 조단위 사재 출연 등의 근본적인 해법을 내놔야 한다"며 "이대로라면 개인 투자자들을 비롯한 기존 채권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