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제니 엄마 김금순, 돌고 돌아 연기.."응당 마땅 고도리 아니에요?"[★FULL인터뷰]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5.04.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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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순 / 사진=넷플릭스
김금순 / 사진=넷플릭스
"각자 잘하는 걸로 먹고 사는게 응당, 마땅, 고도리 아니에요?"

11일 서울시 마포구 사람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 출연한 김금순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금순은 '폭싹 속았수다' 7~8회에서 금명(아이유 분)을 곤경에 빠뜨리는 미향 역으로 출연했다. 김금순은 금명에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을 건네다가도, 현실을 일깨우는 일침으로 금명을 압박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쥐락펴락하는 미향의 독한 면모를 매섭게 연기해 화면을 압도했다.

김금순은 짧은 출연에도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며 "얼떨떨하다. 사실 '폭싹 속았수다'가 방송 될 때쯤 감기에 걸려서 거의 집에만 있었다. 밖에 잘 못 나갔었는데 지인들의 연락을 받고, 인스타그램 반응을 보면서 '제니 엄마가 잘됐구나' 싶었다. 개그우먼 이현정 씨가 패러디해주신 걸 주위에서 보내줬는데 너무 놀랐고, 감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2년 전에 촬영했는데 당시 기억이 생생하다. 처음 김원석 감독님에게 연락받고, 오디션 겸 미팅을 하러 갔는데 몇 가지 역할을 주셨다. 저는 처음부터 해녀가 하고 싶다고 했다. 촬영 회차도 길고, 제주도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배우로서 욕심이 있었다. 오민애, 이수미 등 아는 배우들도 많이 나와서 함께 촬영하면 재밌겠다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금순에게는 다른 역할이 주어졌다. 그는 "감독님과 미팅을 5~6번 정도 했는데 아무리 말해도 해녀 역할은 안 된다고 하더라. 감독님, 작가님이 저에게 '제니 엄마' 역할을 맡으시면 찰떡일 거라고 하셨다"며 "처음엔 아쉬웠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감독님, 작가님의 크게 보는 눈은 따라갈 수 없는 것 같다. 배우 김금순이 가진 캐릭터를 저보다 더 잘 알아보시고, 부각시켜 주셨다"고 고마운 마음을 밝혔다.

김금순 / 사진=넷플릭스
김금순 / 사진=넷플릭스
김금순은 '제니 엄마' 역할에 대해 "감독님이 가장 강조하신 건 '졸부'라는 거였다. 부산에서 올라왔는데 부동산으로 갑작스럽게 부자가 된 '졸부'였고, 서울말을 쓰고 싶지만 없어지지 않는 경상도 억양을 요구하셔서 그렇게 연기했다. 쌀을 '살'로, 금을 '검'으로 발음하는 걸 대본에 다 적어뒀다. 뭘 얘기해도 싸우는 것 같고, 성난 것 같은 느낌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김금순은 '폭싹 속았수다'를 본 소감에 대해서는 "사실 저는 직접 연기한 배우이다 보니까 맥락에 맞는지, 이 스토리에 잘 녹아들어서 얘기를 잘 전달했는지가 먼저 보였다. 아무래도 배우는 완벽하게 만족할 순 없고, 아쉬운 부분이 눈에 보이더라"라며 '폭싹 속았수다'에서 짧은 순간 놀라운 임팩트를 선사한 데 대해 제작진에게 공을 돌렸다. 김금순은 "잠깐 나왔지만, 집 세트를 섬세하게 잘 만들어주셨다. 실제로 보면 제니 엄마 방이 어마어마하고, 정말 좋았다. 실제로 쉴 때 누워 있고, 미술, 조명, 세트가 (캐릭터에) 기운을 실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예전에는 '덤비지 마라. 건드리지 마라. 나 세다'라고 티 내고 다던 때였다. 분장팀, 의상팀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옷 입어 보고, 분장한 후에 사진 찍어 보내고 감독님, 작가님 컨펌받는 과정을 거쳐서 제니 엄마가 탄생했다. 제가 뭐 어떻게 해달라고 요청한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제니 엄마가 나오는 7~8화 대본만 받았는데 그 화 대본만 보고도 울었다. 모든 대사가 대본에 있는 거고, 애드리브는 전혀 없었다. 임상춘 작가님이 글을 너무 잘 쓰신다"고 감탄했다.

또한 아이유와 호흡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아이유는 정말 너무 예쁘다. 식탁에서 딱 마주 앉았는데 인형이 앉아있더라"라며 "사실 영화 '브로커'에서 아이유랑 대화하는 신이 있었다. 제가 맡아본 역할 중 최고의 악역인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이 아이유와 대화 장면을 삭제하셨더라. 한 장면 찍고 '충분히 나빠보인다'고 하셨다. 당시 '나도 아이유랑 같이 찍고 싶다'고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이유와 피팅할 때 만났고, 처음 뵙고 인사드렸더니 제 단편 영화를 보셨다고 하더라. '선배님 단편 영화 너무 잘 봤어요'라고 해주셔서 너무 감동이었다"고 가슴을 부여잡은 김금순은 "이번에 드디어 함께하는 장면이 있어서 좋았는데 '다음엔 좋은 인연으로 만나자'라고 했다"고 말했다.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김금순은 '폭싹 속았수다' 이후 인기가 얼떨떨하다며 "제가 짧게 나왔지만, 그걸로 인해서 제 다른 작품을 찾아보시는 분들도 있더라"라며 "문소리 배우님과 메이크업 선생님이 같은데 '팬이라고 전해달라'라고 하셨다고 하더라. 그래서 감사하다고 했다. 김정난 선배님도 아는 분 통해서 너무 잘 봤다고 전해달라고 하고, 전영미 선배님도 밤늦게 연락해 오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런 걸 받으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10년간 거주한 김금순은 현지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느꼈다고. 그는 "작품 전체가 시대나 국적을 떠나서 공감하며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며 "인물마다 특성이 잘 살고, 좋았지만 '한 마을이 집안이구나'라고 느껴지는 게 가장 인상 깊었다. 슬픈 일 생기면 다 같이 울고, 좋은 일 생기면 다 같이 웃는 모습이 좋았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억과 비교하면서 보는 아름다움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브라질에서도 '너 여기서도 스타 됐어'라고 연락이 왔다"면서 "너무 많이 울어서 머리가 아파 타이레놀 먹는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브라질에 계시는 분들은 옛날부터 이민 간 분들이 많으니까 더 향수에 젖을 거고, 많이 우실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배우 김금순은 돌고 돌아 다시 연기를 하게 됐다. 그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기 활동을 이어가 등본이 말소된 이야기는 유명하다. 김금순은 "제가 정해진 순리에 따라 살진 않았고, 굴곡은 있었다. 사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 건 아니다. 그냥 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간 거다. 그리고 반대하니까 더 하고 싶었던 것도 있다"고 웃었다.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초등학교 때도 합창단, 피아노, 발레할 기회도 있었는데 아버지 때문에 일주일을 못 갔다. 예체능 쪽에 눈 돌리는 걸 싫어하시고, '공부만 해라'라고 하셨다. 친가 쪽에 교사 일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안정되게 살았으면 하셨던 것 같다. 아버지가 철도청을 다니셔서 자주 전학을 다녔다. 진주에 있는 중학교에서 제 은사를 만났다. 당시 국어 선생님이 충무로에서 영화 일을 하시다가 내려오셨다. 연출에 대한 열망은 남아있으시니까 학생들과 연극을 만들어 보자고 하셨고, 저는 연극이 뭔지도 몰랐고, 대사를 어떻게 말했는지도 모르겠더라. 근데 신기했고, 새로운 세계를 만난 것 같았다. 국어 선생님이 고등학교 때도 연극반을 만드셨고, 그 계기로 극단까지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에서 10년간 거주한 데 대해서는 "사실 연기하는 게 그립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아가면서 현실을 살았던 것 같다. 일도 하고, 사업도 했다. 물론 사업이 좀 어려워져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지만, 그 10년이 제가 지금 연기하는 데 큰 자양분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으로 돌아와서 일을 시작하려는 데 제가 연기만 해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그때 주변에서 다시 연기를 해보는 게 어떻냐고 권유하더라. 근데 저는 연기를 하면 돈을 준다는 게 놀라웠다. 제가 연기하면서 돈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극단 있을 때 한 달 월급이 15만 원 정도였다. 10년 동안 많이 바뀐 거다. 필름메이커스에 직접 프로필을 냈더니 바로 연락이 왔고, 면접을 보고, 리딩만 해도 거마비를 받았다. 그때 현실적으로 '이거다' 싶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매체 연기를 처음 해봤는데 컨디션이 너무 다르더라. 저는 연극만 해봤고, TV에 제가 나올 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아. 단역부터 주, 조연까지 여러 작품을 하면서 좋은 분들과 연결되고,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됐다. 힘들 때마다 순간순간에 좋은 분들이 계셨다"며 "그래서 감사함은 잊지 않고 연기한다. 선배님들에 비해서 어떤 인생을 살았다고 얘기할 군번은 아니지만, 연극, 연기를 만나기 시작하며 제가 어렸을 때 상상했던 인생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고, 그 안에서 예술가들을 만난다. 그들과 보고 배우고 함께 호흡하는 중이다. 굽이굽이 살아갈 때마다 부채질해주고 물을 건네주는 그분들의 얼굴들이 스쳐 간다. 늘 감사함은 잊지 않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지난해 영화 '정순'으로 유수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휩쓸기도 한 김금순은 아버지가 가장 많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는 "왜 소중한 시간을 서로 아프게 상처 내면서 살았을까 후회도 되고, 브라질에 있을 때 통화했는데 '너 연극을 할 때 좀 도와줄걸. 미안하다'라고 사과하시더라"라며 "근데 브라질에서 한국에 돌아와 다시 연기를 시작한다니까 '그걸 또 한다고? 밥은 먹고 사냐?'라고 말씀하셨다. 드라마에 처음 나올 때 알려드리니까 안 본다고 하셨는데 아마 찾아보셨을 거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많이 보고 싶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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