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TV 봤는데, 와..." 퇴장당한 사령탑도 뭉클→탄복했다, 역전승 이끈 LG 캡틴의 '더 미팅' [잠실 현장]

잠실=김동윤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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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해민(중앙에 손을 들고 있는 선수)이 11일 잠실 두산전 클리닝 타임 때 선수단에게 얘기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LG 박해민(중앙에 손을 들고 있는 선수)이 11일 잠실 두산전 클리닝 타임 때 선수단에게 얘기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LG 선수단이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LG 선수단이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전날(11일) 아쉬운 소통 오류로 일찍 그라운드를 떠났던 염경엽(57) LG 트윈스 감독이 뭉클했던 한 순간을 떠올렸다.

염경엽 감독은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두산 베어스와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를 앞두고 전날 퇴장 이후 뒷이야기를 조심스레 밝혔다.


전날 잠실 두산전에서 염경엽 감독은 LG의 5회말 공격 당시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퇴장 조치를 받았다. 퇴장 당한 관계자는 더그아웃에 머물 수 없는 KBO 규정에 따라 염경엽 감독은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염 감독은 "어제 퇴장당하고 식당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봤다. TV를 보는데 와... (박)해민이가 선수들을 모아서 미팅을 시키는 것이다. 그 뒤로 선수들이 집중을 하더라. 해민이가 그런 걸 참 잘한다"고 탄복했다.

5회말 LG의 공격이 소득 없이 끝나고 박해민은 클리닝 타임을 이용해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11일 경기 후 박동원에 따르면 올 시즌부터 주장을 맡은 박해민은 평소에도 선수들을 잘 다독이는 주장이었다. 박동원은 "(염경엽 감독 퇴장 당시) 마음이 조금 짠하고 슬펐다. 감독님이 원래 화를 잘 안 내는 분인데, 선수들을 위해 많이 희생하셨다고 느꼈다. 그래서 울컥하기도 했다"며 "(박)해민이 형도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감독님이 우리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셨는데 오늘 경기만큼은 꼭 이겨보자고 강하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미팅에 참여한 문보경 역시 "(박)해민이 형이 '어수선한데 우린 집중하자'고 하더라.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LG 선수단이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LG 선수단이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승리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LG 염경엽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이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심판진에 항의하자 오지환과 주장 박해민(맨 오른쪽)이 말리기 시작했다.
LG 염경엽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이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심판진에 항의하자 오지환과 주장 박해민(맨 오른쪽)이 말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LG의 대역전 시나리오가 시작됐다. 1-2로 지고 있는 7회말 2사 1, 2루로 대타 박동원이 타석에 들어왔고, 최지강의 초구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측 담장을 크게 넘겼다. 4-2 역전을 만드는 스리런 홈런이었다. 8회말 1사 2루에서 오스틴 딘이 좌익선상 적시 1타점 2루타로 쐐기를 박았고, 마무리 투수 장현식이 9회를 실점 없이 막으며 LG 이적 후 첫 세이브를 올렸다.

울컥했다는 제자들의 말에 더 미안함을 느낀 사령탑이다. 염 감독은 "아이들도 깜짝 놀랐을 거다. (박)해민이랑 (오)지환이가 나와서 말리니까 솔직히 좀 창피하기도 했다"고 멋쩍어 했다.

한편 염 감독은 전날 상황에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팬들에게는 고개를 숙였다. 11일 잠실 두산전 5회말 1사 1루에서 LG 이주헌의 3루 땅볼 타구 때 그라운드 내에서 소통 오류가 있었다. 1루 주자 문성주가 1루로 다시 귀루하면서 타자 주자 이주헌과 겹쳐버린 것.

이때 심판들의 타임 선언 시점이 쟁점이 됐다. 심판진은 두산 3루수 강승호가 이주헌의 땅볼 타구를 잡아 공을 2루로 송구한 시점에서 1루 주자 문성주는 포스 아웃이 됐다고 봤다. 당시 권영철 2루심은 이 시점에서 두 손을 들어 타임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그아웃에서 보던 염경엽 감독은 심판들의 타임 제스처를 최초 페어 판정을 파울로 정정하는 것으로 봤다. 실제로 타자 주자 이주헌이 1루에서 다시 배터 박스로 돌아가려 했고, 이를 심판진이 다시 제지하는 장면이 중계화면에도 잡혔다.

LG 염경엽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이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심판진에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LG 염경엽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이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심판진에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LG 염경엽 감독이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심판진에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LG 염경엽 감독이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심판진에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이후 염 감독이 심판진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언쟁이 격해져, 이영재 1루심과 배치기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결국 염 감독은 심판에게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퇴장당했다.

염 감독은 "어떤 상황인지 정확하게 설명을 듣길 원했다. 어제 이주헌은 다시 배터 박스로 들어가려 하고, 두산 선수들은 플레이를 계속하고 상황이 어수선했다. 하지만 더는 말하지 않으려 한다. 어제 일은 어제로 끝내고 싶다. 팀도 잘 풀리고 있는데 더 이상 시끄럽게 하기 싫다"고 마무리했다.

팬들에게는 사과의 뜻을 전했다. 전날 잠실구장에는 2만 3750명의 만원관중이 운집했다. 개막 후 8경기 연속 만원 관중으로 벌써 19만 명을 돌파해 지난해 단일 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에 달성한 기세를 이어갔다.

염 감독은 "만원관중이 오셨다고 들었는데, 팬들 앞에 그런 경솔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LG 박해민(왼쪽)이 11일 잠실 두산전을 승리로 이끈 후 염경엽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LG 박해민(왼쪽)이 11일 잠실 두산전을 승리로 이끈 후 염경엽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LG 박해민(왼쪽에서 2번째)이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문보경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LG 박해민(왼쪽에서 2번째)이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문보경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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