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타석 홈런' 이정후, NL 장타율-OPS 1위 등극! "어떤 공도 칠 수 있을 것 같다" 美는 'LEE에 홀렸다' [SF 리뷰]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4.1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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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14일 뉴욕 양키스전 홈런을 때려낸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14일 뉴욕 양키스전 홈런을 때려낸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베이브 루스, 리키 맨틀, 레지 잭슨.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연타석 홈런으로 소환한 메이저리그(MLB) 전설들이다. 그만큼 이정후의 홈런은 현지에서도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 원정에서 홈런 3개를 터뜨리며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다.


이정후는 1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브롱스의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2025 MLB 원정경기에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멀티홈런을 터뜨리며 3타수 2안타 1볼넷 4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팀의 5득점 중 홀로 4타점을 올린 이정후의 활약 속에 샌프란시스코는 5-4로 승리하며 11승 4패를 기록,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2위 자리를 지켰다.

이로써 이정후는 타율을 0.333에서 0.352(54타수 19안타), 출루율과 장타율도 각각 0.404에서 0.426, 0.588에서 0.704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OPS(출루율+장타율)도 1.130까지 치솟았다. 더불어 4경기 연속 멀티 출루도 이어갔다. NL에서 장타율과 OPS 1위로 올라섰다.


1회초 2사 주자 없는 첫 타석에서 나선 이정후는 양키스 좌완 선발 카를로스 로돈을 상대로 볼 카운트 2-2에서 5구째 바깥쪽 슬라이더를 공략했지만 중견수 코디 벨린저의 글러브로 빨려들어가는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4회초 로돈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날리고 있는 이정후. /AFPBBNews=뉴스1
4회초 로돈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날리고 있는 이정후. /AFPBBNews=뉴스1
팀이 0-3으로 끌려가던 4회초 1사에서 다시 타석에 선 이정후는 로돈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낮게 들어오는 시속 85.5마일(137.6㎞)의 슬라이더를 걷어 올렸고 우측 담장을 크게 넘기는 추격의 솔로 홈런이 나왔다. 시즌 2번째이자 통산 4호 홈런.

타구 속도 103.2마일(166.1㎞), 발사각 29도로 무려 123.7m를 비행해 외야 관중석에 꽂히는 타구였다. 현지 중계진은 "아름다운 스윙이다"라며 감탄했다.

현지 중계진에선 이정후의 첫 홈런과 함께 "아름다운 스윙이다. 이정후는 이번주에 홈런을 쳤다. 양키 스타디움에서 인터리그 경기에서 홈런 2개 이상을 친 유일한 자이언츠 선수"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정후의 쇼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6회초 크리스티안 코스가 행운의 내야안타로 출루했고 1사에서 윌리 아다메스가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다시 한번 로돈을 상대한 이정후는 1구 존 하단에 걸치는 싱커를 지켜봤고 2구 바깥쪽 빠른공을 파울로 걷어냈다. 3구는 볼. 4구 몸쪽 싱커를 다시 한번 커트한 이정후는 5구 시속 81.7마일(131.5㎞) 높은 커브를 강타했다. 타구는 시속 94.5마일(152㎞)로 발사각 25도를 그리며 110m를 날아 다시 한번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역전 스리런 홈런이자 이정후의 시즌 3호포.

이정후(오른쪽)가 6회 역전 스리런 홈런을 날리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정후(오른쪽)가 6회 역전 스리런 홈런을 날리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정후의 타구를 쫓던 애런 저지가 점프를 하며 홈런을 바라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정후의 타구를 쫓던 애런 저지가 점프를 하며 홈런을 바라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2번째 홈런 타구와 함께 현지 중계진은 "우측 담장, 저지가 뒤로 가지만 여전히 공은 날아가고 있다. 굿바이"라고 홈런을 알리며 "이정후는 브롱스의 대형 야구장에서 마치 베이브 루스처럼, 미키 맨틀, 레지 잭슨처럼 자기 자리를 잡았다. 그는 전성기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대도시를 두려워하지 않는 걸까. 세상에, 정말 대단한 타격이었다"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현지 중계진은 "다시 말하지만 로돈이 좌타자를 상대로 얼마나 압도적인 투수였는지 자주 얘기해왔다. 그런 투수에게 이정후가 어떻게 했나. 두 번이나 들어 올려서 담장을 넘겼다"며 "첫 번째 오프스피드 투구였다. 이정후는 이 공을 변화구를 놓치지 않았다. 로돈이 뭔가를 다르게 해보려고 변화구를 던졌지만 높게 제구됐고 이정후가 그대로 홈런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MLB닷컴에 따르면 로돈이 좌타자에게 한 경기 2개의 홈런을 맞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충격이 컸을까. 2사에서 맷 채프먼에게 볼넷까지 허용한 로돈은 결국 6회를 다 채우지 못하고 교체됐다.

8회에도 타석에 선 이정후는 선두 타자로 나서 이안 해밀턴을 맞아 9구 승부 끝에 높은 싱커에 스윙을 참아내 볼넷으로 3출루 경기를 완성했다. 후속 타자들이 침묵하며 추가 득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지난해와 대비되는 행보다. 37경기에서 단 2홈런에 그쳤던 이정후지만 올 시즌 14경기 만에 벌써 지난해 기록을 뛰어넘었다.

이정후가 홈런 이후 홈을 밟으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정후가 홈런 이후 홈을 밟으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MLB닷컴에 따르면 경기 후 밥 멜빈 감독도 "이정후에겐 양키 스타디움에서 정말 멋진 시리즈였다"며 "정후는 정말 놀라운 경기를 펼쳤다. 이 선수들 중 상당수는 이전에 상대해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처음 보는 선수들과 계속 맞붙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부분에서 바로 이정후의 컨택트 기술이 빛을 발하는 것이다. 그는 어떤 투수의 공이든 쳐낼 수 있다고 느껴진다. 공을 잘 보고 제대로 맞히면 지금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MLB닷컴은 "OPS 1.130은 저지,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에 이어 MLB 전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라며 "지난 시즌 KBO에서 MLB로 이적한 이후 빅리그 적응 능력에 대한 의문을 빠르게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선발 웹은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게 기대된다. 아직 보여주지 않은 잠재력이 더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이라고 평가했다.

이정후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건 자이언츠에 보답하기 위한 것"이라며 "재활 기간 동안 구단은 원정경기에도 데려다주는 등 정말 많은 도움을 줬고 여러모로 나를 지지해줬다. 팀이 정말 잘해줬기 때문에 이젠 팀에 보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좌완킬러' 로돈을 상대로 거둔 기록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이정후는 "로돈은 좋은 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공을 공략하려기보다는 중견수 쪽으로 보내는 게 목표였다. 결과가 매우 좋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정후가 승리 후 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정후가 승리 후 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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