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에도 못 느낀 굴욕감' 이정후에게 느꼈다... '피안타율 0.218' 좌타 킬러, 커리어 '첫 연타석 홈런' 허용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5.04.1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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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14일(한국시간) 미국 양키 스카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2025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홈런을 터트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정후가 14일(한국시간) 미국 양키 스카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2025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홈런을 터트리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뉴욕 양키스 카를로스 로돈이 홈런을 맞고 아쉬워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뉴욕 양키스 카를로스 로돈이 홈런을 맞고 아쉬워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에서도 유명한 '좌타자 킬러' 카를로스 로돈(33·뉴욕 양키스)이 커리어 처음으로 왼손 타자에게 연타석 홈런을 허용했다.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에게도 느끼지 못한 굴욕감을 안긴 주인공은 한국 최고의 타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였다.

이정후는 1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브롱스의 양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2025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MLB) 방문 경기에 3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연타석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1볼넷 4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연타석 홈런의 희생양이 로돈이라는 점이 더욱 센세이션했다. 로돈은 201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지명돼 2015년 데뷔했다. 빅리그 11년 통산 76승 65패 평균자책점 3.87, 1104이닝 1226탈삼진을 기록한 베테랑으로 2022시즌 종료 후 양키스와 6년 1억 6200만 달러 FA 계약을 따내 에이스급 선수로 인정받았다.

로돈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좌타자 킬러로 불리는 스페셜리스트였다. 이 경기 전까지 통산 좌타자 상대로 174경기 피안타율이 0.218, 피OPS가 0.622에 그쳤고 허용한 피홈런은 19개에 불과했다. 우타자에게 피안타율 0.237, 피OPS 0.716, 피홈런만 121개가 되는 것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특징이었다.

좌타자에게 연타석 홈런을 맞은 것도 이정후에게 처음이었다. 연타석 홈런 자체는 2016년 5월 18일 타일러 화이트(당시 휴스턴 애스트로스), 2017년 7월 20일 엔리케 에르난데스(LA 다저스), 2024년 6월 27일 조지 스프링어(토론토 블루제이스)에게 세 차례 허용한 적이 있다. 참고로 화이트는 2020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활약한 선수.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로 불리는 오타니조차도 로돈에게는 2018년 9월 7일 한 차례 때려내는 데 그쳤다. 로돈이 가진 슬라이더가 좌타자들에게는 마구로 작용했고, 샌프란시스코 역시 이를 인지해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8명의 우타자를 배치했다. 이정후가 유일한 좌타자였다.

이정후가 14일(한국시간) 미국 양키 스카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2025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 6회초 홈런을 터트리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정후가 14일(한국시간) 미국 양키 스카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2025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 6회초 홈런을 터트리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14일(한국시간) 미국 양키 스카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2025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 6회초 이정후의 타구를 쫓던 애런 저지가 점프를 하며 홈런을 바라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14일(한국시간) 미국 양키 스카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2025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 6회초 이정후의 타구를 쫓던 애런 저지가 점프를 하며 홈런을 바라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그 8명의 우타자보다 이정후가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이정후는 1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로돈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공략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첫 타석부터 외야로 타구를 보낸 이정후는 팀이 0-3으로 끌려가던 4회초 1사에서 다시 타석에 선 이정후는 로돈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낮게 들어오는 시속 85.5마일(137.6㎞)의 슬라이더를 걷어 올렸다. 우측 담장을 크게 넘기는 비거리 123.7m의 시즌 2호 포였다. 시속 103.2마일(166.1㎞), 발사각 29도로 외야 관중석에 꽂히는 아치에 현지 중계진은 "아름다운 스윙"이라고 감탄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6회초 크리스티안 코스가 행운의 내야안타로 출루했고 1사에서 윌리 아다메스가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다시 한번 로돈을 상대한 이정후는 1구 존 하단에 걸치는 싱커를 지켜봤고 2구 바깥쪽 빠른공을 파울로 걷어냈다. 3구는 볼. 4구 몸쪽 싱커를 다시 한번 커트한 이정후는 5구 시속 81.7마일(131.5㎞) 높은 커브를 강타했다. 타구는 시속 94.5마일(152㎞)로 발사각 25도를 그리며 110m를 날아 다시 한번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샌프란시스코의 5-4 역전을 알리는 역전 스리런이자, 이정후의 시즌 3호 포였다.

놀라운 타구에 현지 중계진은 "이정후는 마치 베이브 루스처럼, 미키 맨틀, 레지 잭슨처럼 자리를 잡았다. 그는 전성기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대도시를 두려워하지 않는 걸까. 세상에, 정말 대단한 타격이었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정후가 14일(한국시간) 미국 양키 스카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2025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홈런을 터트리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정후가 14일(한국시간) 미국 양키 스카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2025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홈런을 터트리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정후가 14일(한국시간) 미국 양키 스카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2025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를 승리로 이끌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정후가 14일(한국시간) 미국 양키 스카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2025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를 승리로 이끌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찬사가 이어졌다. 현지 중계진은 "그동안 로돈이 좌타자를 상대로 얼마나 압도적인 투수였는지 자주 이야기했었다. 그런 투수에게 이정후는 두 번이나 담장을 넘겼다"며 "로돈이 변화를 주려 브레이킹볼을 던졌지만, 높게 제구됐다. 이정후는 변화구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홈런으로 연결했다"고 탄성을 내질렀다.

이후 로돈은 끝내 6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떠났다. 5⅔이닝 3피안타(2피홈런) 3볼넷 8탈삼진으로 압도적인 구위를 보였으나, 이정후 한 명을 당해내지 못해 4실점 후 패전 투수가 됐다.

이정후는 8회에도 볼넷으로 출루해 4경기 연속 멀티 출루에 성공, 시즌 성적을 타율 0.352(54타수 19안타), 출루율 0.426 장타율 0.704, OPS(출루율+장타율) 1.130까지 성적을 끌어올렷다. 내셔널리그 장타율과 OPS 모두 단독 선두다.

이날 팀의 5득점 중 홀로 4점을 책임진 이정후의 원맨쇼에 샌프란시스코는 양키스에 5-4 역전승을 거두고 11승 4패를 기록,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2위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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