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언더독"이라는 정현, 그래도 끝까지 달려야 하는 이유 있다 "韓팬들 위해 1경기라도 더 뛰는 게 목표" [부산 현장인터뷰]

부산=이원희 기자 / 입력 : 2025.04.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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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만난 정현. /사진=이원희 기자
경기 후 만난 정현. /사진=이원희 기자
한국 테니스 팬들의 응원이 '간판스타' 정현(29·472위)을 다시 달리게 한다.

정현은 15일 부산 스포원 테니스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비트로 부산오픈 챌린저대회(총상금 20만 달러) 단식 본선 1회전에서 에밀 루수부오리(227위·핀란드)를 2-0(6-2 6-4) 꺾었다. 이로써 정현은 지난 해 10월 서울오픈 챌린저 이후 약 6개월 만에 챌린저급 대회 단식 본선에서 승리했다.


정현은 부산오픈에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정현의 부산오픈 챌린저 출전은 이번이 8번째인데, 2015년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정현은 자신을 '언더독'이라고 표현했다.

경기 후 만난 정현은 "이전에 한국의 많은 팬들이 찾아주셨을 때 1경기만 하고 갈 때가 많아서 마음의 짐이 있었다. 이번 대회 경기장에 오니 제가 10년 전 부산오픈에서 우승했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부산 팬들이 기억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면서 "이번 경기 처음에는 실수가 많았고, 바람도 많이 불어 경기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래도 2세트 만에 이겨서 다행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정현은 "저는 언더독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부산오픈은 챌린저 대회에서도 큰 대회에 속한다. 투어 타이틀이 있는 선수들도 있다. 100위 안에 드는 선수도 있다. 부산오픈 전에는 '이런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좋게 생각하게 됐다"고 만족했다.


정현. /사진=부산오픈챌린저조직위원회 제공
정현. /사진=부산오픈챌린저조직위원회 제공
정현은 한국 테니스 역대 최고 기대주였다. 2017년 넥젠파이널스 우승에 이어 2018년 호주오픈 4강 신화를 이뤘다. 호주오픈 당시 정현은 '레전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까지 꺾으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한국 선수가 메이저 대회 준결승에 오른 것은 정현이 최초다.

하지만 정현에게 부상 불운이 찾아왔다. 2018년에는 발바닥과 발목, 2020년에는 허리를 다쳤다. 재활과 복귀를 반복했다. 2023년 6월 윔블던 예선 2회전 탈락 이후 부상으로 인해 1년 넘게 대회에 뛸 수 없었다. 오랫동안 대회 출전 기록이 없어 비활동 선수로 분류되기까지 했다. 올해 전까지만 해도 정현의 세계랭킹은 1104위로 1000위 밖이었다.

다행히 올해 성공적인 복귀를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 부상을 거듭하던 이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벌써 우승도 3차례나 거머쥐었다. 정현은 지난 1월 인도네시아 발리대회(M25) 정상에 올라 5년 5개월 만에 국제대회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분위기를 이어간 정현은 3월 일본니시-도쿄대회(M15) 우승도 따냈다. 또 일본 쓰쿠바대회(M15)까지 제패했다.

ATP 투어가 아닌 하위 투어인 ITF 대회였지만, 정현의 좋은 컨디션을 체크하고,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기회였다. 하지만 ATP 경쟁력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었는데, 이번 부산오픈 승리로 이를 지워냈다. 특히 정현이 이날 상대한 루수부오리는 2023년 세계 랭킹 37위까지 올랐던 선수다.

정현은 "그동안 복귀를 선언한 뒤에도 바로 안 좋아져서 재활에 임했고, 경기에 일찍 패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 낮은 등급의 대회였다고 해도 결승까지 연달아 경기도 하고, 부상도 재발하지 않았다.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부상 트라우마를 점점 없애고 있다. 예전에는 어떤 동작을 했을 때 어디가 아파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다. 신체적으로 안 아픈 동작을 찾다보니 경기력이 망가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통증이 없다. 경기에만 포커스를 둘 수 있다. 부상 트라우마를 떨쳐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에 집중하는 정현. /사진=부산오픈챌린저조직위원회 제공
경기에 집중하는 정현. /사진=부산오픈챌린저조직위원회 제공
재활에 집중하는 동안 한국 팬들의 응원이 정현에게 큰 힘이 됐다. 이번 부산오픈에서도 한국 팬들은 정현의 이름을 뜨겁게 불렀다.

정현은 "국내 대회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감사하다.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부담을 갖는 것 같다. 복귀할 때마다 항상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고 봐주셔서 감사하다"면서 "또 제가 복귀할 때마다 큰 목소리로 응원해주셔서 고맙다. 예전에는 (팬들이) 테니스를 좋아해 찾아와주신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선 팬들이 찾아와주시는 게 감사하게 느껴진다. 한국 팬들을 위해 한 경기라도 더 보여드리고 싶다.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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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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