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 친정 복귀에 "언니, 저한텐 말해줬어야죠"→"네가 뭔데" 티키타카, 그만큼 다들 기다렸다 [인터뷰]

KB스타즈 박지수. /사진=WKBL 제공

여자프로농구(WKBL)의 '황제'가 귀환했다. 해외 무대에 나섰던 박지수(27)가 다시 청주의 코트에 서게 됐다.

청주 KB스타즈는 17일 공식 SNS를 통해 "팬 여러분, 2025~2026시즌 박지수 선수의 복귀 소식을 전해드립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박지수의 컴백을 알렸다.


2023~24시즌 종료 후 해외 진출을 선언한 박지수는 튀르키예 슈퍼리그 갈라타사라이 SK로 이적하며 WNBA(미국여자프로농구)에 이어 해외무대에 재도전했다. 2024~25시즌 14경기에서 평균 20분을 소화한 그는 7.7득점 5.2리바운드 1.4어시스트 1.6블록을 기록했다.

박지수는 여자농구의 독보적인 존재다. 분당경영고 졸업 후 2016~17시즌 전체 1순위로 지명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신인왕을 타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3년 차인 2018~19시즌에는 KB스타즈의 프로 첫 우승에 기여하며 MVP에 등극했다. 2018년에는 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와 계약해 미국 무대에서도 뛰었다. 2022~23시즌 들어 공황장애와 손가락 부상으로 9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이듬해에는 다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을 차지했다.

박지수. /사진=WKBL 제공

복귀 발표 후 스타뉴스와 연락이 닿은 박지수는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고, 돌아오길 바란 분들도 많았는데 집으로 돌아와서 좋다"며 복귀 소감을 전했다.


왜 박지수는 한국 복귀를 선택했을까. 그는 "작년까지는 해외 생활에 대한 갈망이 많았다. 어렸을 때 미국에서 해본 것 말고는 없었다. 언젠가는 유럽리그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게 이뤄졌다"고 했다. 이어 "그런 소중한 경험 덕분에 해외에 대한 갈망이 채워졌다"고 말했다.

팬들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었다. 소통 플랫폼인 '디어유 버블'을 자주 이용한다는 박지수는 "튀르키예에서 경기가 있을 때마다 응원해주시고 새벽부터 보시는데, 그런 응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뭐라고 이렇게 응원해주실까 생각했다. 그래서 새벽에 경기를 보는 게 아니라 가까이 가서 하고 싶었다"는 말도 이어갔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박지수는 지난주 월요일(7일) 튀르키예 리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고, 곧바로 구단과 연락이 닿았다. 이후 한 매체에서 공개된 박지수의 인터뷰에서 국내 복귀와 해외 잔류 가능성을 55대 45로 얘기한 것을 보고 KB스타즈 측에서는 박지수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박지수. /사진=WKBL 제공

박지수는 "시즌 중 브레이크 타임 때도 구단을 찾아갔을 때도 이런(복귀) 얘기는 안했다"며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조금만 더' 이렇게 얘기했다. 화요일(15일)에 만나서 잘 얘기했고, 얼마 안 돼서 기사가 나왔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인터뷰에 대해서도 "한국이 그리워서 5%를 더 준 건데, 그런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다"며 웃었다.

지난 시즌 KB스타즈는 박지수의 부재 속에서도 허예은, 강이슬 등 기존 선수들과 아시아쿼터상 수상자인 나가타 모에, 신인 송윤하 등의 활약 속에 정규리그 4위에 올랐다. 여기에 플레이오프에서는 1위팀 아산 우리은행과 5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이어갔다. 박지수는 "팬의 입장으로 너무 재밌게 봤다. 투지에 감동했고, 마지막까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서 팬들께도 즐거운 시즌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내가 다른 선수들에게 잘 맞춰보겠다"고 말한 박지수. 팀 채팅방에서 공식 발표 1시간 전 미리 복귀 사실을 알리자 몇몇 후배들에게 연락이 왔다. "축하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한 그는 "특히 (허)예은이는 '언니, 저한테는 말해줬어야죠' 이러길래 '네가 뭔데' 하며 장난을 쳤다. 그러면서 '잘 해보자. 잘 부탁할게'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나윤정(왼쪽)과 박지수가 2023~24시즌 챔피언결정전 종료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WKBL 제공

박지수의 분당경영고 동기인 나윤정의 존재도 컸다. 그는 "내가 (KB스타즈로) 꼬셨는데 나가버리고, 힘든 시간을 보낸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지수는 나윤정의 이적 소식에 "열심히 안 하면 궁둥짝을 차버릴 거다"라는 댓글을 달았는데, 바로 며칠 뒤 해외로 가게 됐다. 이 얘기를 꺼내자 그는 "정말 미래는 한 치 앞을 모른다. 이래서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며 박장대소를 했다.

1년이었지만 유럽리그를 경험한 건 큰 자산이 됐고, 느낀 점도 많았다. 박지수는 "한국은 워낙 서포트를 잘해주시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도입돼있다 보니 저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런 부분을 선수들이 당연히 여기지 않고 매 순간 감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많은 선수들이 경험해봤으면 좋겠다"고 한 그는 스페인 리그에서 뛰고 있는 후배 박지현과도 자주 연락했다며 "서로 리그 스타일은 다르지만, 어떤 어려움인지는 아니까 응원해줬다"고 밝혔다.

끝으로 박지수는 1년 동안 기다린 팬들에게 "멀리 있음에도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앞으로는 좀 더 가까이서 자주 뵐 수 있으니까 많이 응원 와주셨으면 좋겠다"며 "팬들이 보시기에 즐거운 농구, 재밌는 농구를 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인사를 전했다.

한편 구단에 따르면 KB스타즈 선수단은 휴가를 마치고 다음달 18일 소집 예정이나, 박지수는 절차상 복귀할 수 있는 시기인 6월 1일에 선수단에 합류할 예정이다.

KB스타즈가 박지수의 복귀 소식을 알리고 있다. /사진=KB스타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