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전 전패 탈락했는데, 팬들이 고맙다고 하다니→'아름다운 패자' 기적을 알려준 정관장

안양 정관장. /사진=안양 정관장 SNS

기적을 알려준 안양 정관장의 시즌이었다.

정관장이 6강 플레이오프에서 3전 전패를 당했다. 정규리그 3위 울산 현대모비스를 만났으나 일찍이 승패가 결정됐다. 정관장은 울산 원정에서 2연패를 당했고, 전날(17일) 열린 홈경기에서도 92-99로 패했다. '캡틴' 박지훈이 22점, 이외에도 3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지만 패배를 막지 못했다.


그런데 정관장 구단 SNS를 보면 팬들의 칭찬이 이어진다. 보통 봄 농구가 순식간에 끝나버리면 경기력을 지적하는 댓글이 있을 법한데, 온통 선수들의 칭찬, 또 힘을 불어넣는 응원뿐이다. 한 팬은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감동했다. 이게 진짜 스포츠맨십"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팬은 "선수들의 간절함과 노력은 팬들은 알고 있다"고 남겼다.

그만큼 정관장의 2024~2025시즌은 감동이었다. 사실 플레이오프에 오른 것만 해도 기적이었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정관장의 성적은 8승23패, 리그 최하위(10위)였다. 10연패라는 굴욕적인 기록도 포기했다. 시즌을 포기할 수 있었던 시점. 하지만 정관장은 오히려 더 힘을 냈다. 여러 영입을 통해 변화를 준 정관장은 보란 듯이 연승을 거듭했고, 정규리그 최종전까지 DB와 치열한 6강 경쟁을 벌였다. 최종전에서 DB를 누르고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험난한 위기가 찾아왔다. 주전 가드 변준형, 베테랑 배병준이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정관장은 이 둘 없이도 1차전 울산 원정에서 84-87, 한 골차 승부로 아쉽게 패했다. 정규리그부터 총력전을 벌였던 탓에 2차전은 체력적인 문제로 허무하게 패했으나, 3차전에서 다시 힘을 냈다. 3쿼터까지만 해도 63-83으로 크게 뒤지며 전력차가 드러났다. 그러나 4쿼터 맹추격해 현대모비스를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올 시즌 정관장에는 많은 감동이 있었다. 팀 주장 박지훈은 팀이 꼴찌를 할 때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더욱 파이팅을 외치며 동료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정관장은 10위부터 한 계단씩 순위가 오르면 베테랑 선수들이 팀 전체에게 회식을 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박지훈이 스타트를 끊었다. '미남 가드' 변준형은 부상에도 플레이오프에서 "팀을 위해 10분이라도 뛰겠다"고 김상식 팀 감독에게 말할 정도였다. 변준형의 플레이오프 출전은 아쉽게 무산됐지만, 투혼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김영현과 주장 박지훈(오른쪽). /사진=KBL 제공

포워드 한승희의 성장 스토리도 엄청났다. 트레이드를 통해 정효근(원주 DB)이 팀을 나갔고, 새롭게 합류한 김종규는 몸상태가 좋지 않아 정상 출전이 힘들었다. 하지만 한승희가 폭풍 성장해 팀을 이끌었다. DB와 정규리그 최종전에서도 한승희는 후반 득점을 몰아쳐 정관장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4쿼터 위닝샷을 넣고 포효한 것도 한승희였다. 소준혁, 김경원 등 어린선수들의 투지도 멋졌다.

외국선수들은 어떤가. '3점 슈터' 하비 고메즈는 너무 열심히 뛴 나머지 허리에 근육이 쥐가 났고, 경기가 끝난 뒤 코트에서 쓰러져 한동안 움직이지 못할 때도 있었다. 시즌 도중 합류한 조니 오브라이언트는 지갑을 열었다. 덩크슛을 하는 선수에겐 10만원을 주겠다며 동기부여, 또 색다른 긍정 에너지를 전했다. 디온테 버튼도 모두가 의심하던 정규리그 시점에서 "정관장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1만 프로"라고 자신만만하기도 했다. 버튼은 그 약속을 지켰다. 이렇게 정관장은 모두가 함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뤄냈다. 정관장 팬들도 그 감동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안양 정관장 선수단. /사진=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