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구장 폐쇄→감독 교체' 숱한 위기 속 2위 견인에도... 나경복은 50점 줬다 "봄배구 우리 목표 아니었다" [인터뷰]

김동윤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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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손해보험 나경복. /사진=김동윤 기자
KB 손해보험 나경복. /사진=김동윤 기자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나경복(31)이 KB손해보험을 하위권에서 2위로 올려놓은 맹활약에도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2024~2025시즌 KB손해보험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스페인 국가대표팀을 이끌어 기대를 모았던 새 사령탑 미겔 리베라 감독이 KOVO컵만 치른 뒤, 시즌 시작 하루 전에 자진사퇴했다. 그 여파로 마틴 블랑코 감독대행 체제에서 개막 5연패로 시즌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19일에는 새로 선임했던 아사나예 라미레스 한국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겸직 논란이 불거져 없던 일이 됐다.


그렇게 맞이한 3라운드 삼성화재전은 KB손해보험 선수들에게 전환점이 됐다. 최근 수원 KB손해보험 인재니움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나경복은 "그때가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선수들도 감독 선임이 무산되면서 허탈감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당시 선수들이 이렇게 된 거 오히려 우리끼리 잘해보자면서 똘똘 뭉쳐 삼성화재를 이겼다. 올 시즌 후반기 상승세의 시작점이 그때였다"고 덧붙였다.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홈구장 의정부 체육관이 안전 점검 결과 잔여 시즌 경기를 치르는 것이 불가하다는 판정이 나왔다. 연고지 의정부시의 경민대학교 기념관에 약 5일에 걸쳐 급하게 배구장을 조성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KB손해보험은 기적을 쓰기 시작한다. 지난해 12월 22일 한국전력전부터 올해 2월 19일 우리카드전까지 경민대 체육관에서 8전 전승을 달렸다. 올해 1월 23일 삼성화재전부터는 9연승을 내달리는 등 1라운드 6위로 시작했던 성적을 시즌을 24승 12패(승점 69), 리그 2위로 마무리했다.

KB손해보험의 2024~2025시즌 임시 홈구장이었던 경민대 체육관.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KB손해보험의 2024~2025시즌 임시 홈구장이었던 경민대 체육관.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나경복(왼쪽).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나경복(왼쪽).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그 중심에는 KB손해보험 이적 후 처음으로 나서는 나경복이 있었다. 나경복은 2023~2024시즌을 앞두고 KB손해보험으로 전격 이적했다. 2015~2016시즌 V리그 1라운드 1순위로 우리카드에 지명된 뒤 8년 만이었다. 이적 후 군 복무를 먼저 수행했던 나경복은 1라운드에 돌아와 32경기 470득점(리그 8위), 공격 성공률 49.55%(7위), 블로킹 세트당 평균 0.358, 서브 세트당 평균 0.228개(2위) 등으로 KB손해보험 공격을 이끌었다.


나경복은 "사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즌이다. 초반부터 우리가 더 잘했더라면 더 좋은 성적이 나왔을 텐데 너무 늦게 발동이 걸렸다"며 "적응이 아주 어렵진 않았다. 밖에서 본 KB는 훈련에서나 경기에서나 끈질기고 밝은 팀이라 생각했는데, 와서도 똑같았다. 홈구장이 바뀐 것도 우리보단 사무국 분들이 더 힘들었고, 오히려 선수들은 타 팀보다 더 많은 경기를 치렀기에 좋았다. 또 코트와 관중석의 거리가 짧아 팬분들이 응원해주시는 게 더 가까이 들렸다. 그 부분에서 더 힘을 받았던 것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맞이한 레오나르도 아폰소(53)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과 국가대표서 자주 호흡을 맞춘 세터 황택의(29) 그리고 배상진(25)은 빠른 적응에 도움을 줬다. 나경복은 "아폰소 감독님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좋아한다. 조곤조곤하게 이야기하시는데 집중력이 조금이라도 떨어졌다 싶으면, 그 부분을 확 잡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끌어올리려 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황)택의랑은 워낙 어릴 때부터 대표팀에서 많이 맞춰봤고 잘 맞춰줘서 큰 어려움이 없었다. 택의가 이상하게 올리면 내가 알아서 때리고, 반대로 내 리시브가 흔들리면 택의가 받아주는 등 서로의 단점과 실수를 보완해주면서 뛰다 보니 파이프도 잘 나오고 좋았다"고 덧붙였다.

나경복(가운데).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나경복(가운데).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KB손해보험 배상진.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KB손해보험 배상진.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배상진 이야기에는 웃음꽃을 피웠다. 나경복은 "KB 와서 (배)상진이랑 정말 친하게 지냈다. 원래 다들 알고 지낸 선수들이었는데 상진이가 많이 다가와서 까불었다. 상진이를 보면서 '후배들이 더 어렵다'는 어릴 때 선배들의 말도 떠오르고 재미있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까불기도 많이 까불어서 더 예뻐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공교롭게 가장 아쉬움이 남는 경기도, 기억에 남는 경기도 우리카드전이었다. 나경복은 우리카드에 남은 몇 안 되는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나경복은 "우리카드를 장충에서 처음 이긴 4라운드 경기가 제일 기억이 난다. 치열하게 3~4위 싸움하고 있을 때였다. 그 전에 2라운드 우리카드전 패배가 유독 아쉬웠던 것도 있다. 또 포스트시즌도 너무 아쉽게 끝났다. 대한항공의 2, 3차전 경기력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된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그래서였을까. KB손해보험의 후반기 돌풍과 기대 이상의 성적을 견인했음에도 자신을 향한 평가가 다소 박했다. KB손해보험은 정규시즌 3위 대한항공과 3전 2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을 셧아웃으로 가져왔으나, 2차전과 3차전에서 단 한 세트도 따지 못하며 그대로 봄배구를 마감했다.

나경복은 "올 시즌 내 점수는 100점 만점에 50점 같다. 복귀할 때 목표가 부상 없이 끝까지 한 시즌을 치르는 것이었는데 그건 성공했다. 하지만 모든 지표가 군대 가기 전보다 떨어졌고 챔프전에 올라가지 못했다. 우리에게 봄 배구는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KB손해보험은 이번 오프시즌에 주전 세터 황택의, 리베로 정민수를 잔류시키고, 국가대표 공격수 임성진을 FA 영입하면서 창단 첫 우승을 향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나경복은 "(방식은) 똑같이 준비하되, 군대에 갔을 때 아무래도 적을 수밖에 없었던 훈련량을 늘려 내년 시즌을 초반부터 달리려 한다. 항상 부상과 기복 없이 꾸준히 하는 게 내 개인적인 목표고, 팀 자체로는 플레이오프에서 그만 지고 싶다"며 "올해 우승한 현대캐피탈을 우리가 시즌 중에 이겼을 때 보면, 우리가 현대보다 더 뛰었다. 레오나 (허)수봉이가 때리는 걸 하나라도 더 수비해서 올리고 때려야 이길 수 있다. 그렇게 조금 더 밑에서 기여하면서 배구를 하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나경복(왼쪽).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나경복(왼쪽).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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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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