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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강철 감독(왼쪽)이 19일 고척 키움전을 승리로 이끈 멜 로하스 주니어와 인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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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멜 로하스 주니어가 19일 고척 키움전을 승리로 이끈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
오랜 부진에 시달리던 KBO MVP가 마침내 터졌다.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35)가 17일 만에 타점과 홈런을 동시에 신고하며 팀의 2025시즌 첫 두 자릿수 득점과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그 뒤에는 KT 이강철(59) 감독의 한 마디가 있었다.
KT는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총관중 8281명)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11-1로 승리했다. 이로써 2연패를 탈출한 KT는 11승 1무 10패로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키움은 8승 16패로 연승에 실패했다.
승리의 주역은 단연 1번 타자 로하스 주니어였다. 로하스 주니어는 1회초 첫 타석부터 우완 김선기에게 비거리 110m의 좌월 솔로포를 때려내며 포문을 열었다. 리그 통산 306번째, 올 시즌 첫 번째, 로하스 주니어 개인에게는 두 번째 1회초 선두타자 홈런이었다.
이 홈런을 기점으로 모처럼 메가 위즈포가 터졌다. 김민혁이 중전 안타를 시작으로 허경민, 문상철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만루 찬스에서 유준규의 타구가 키움 1루수 최주환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가고, 황재균의 땅볼 타점을 뽑아내며 4-0이 됐다.
선발 투수 소형준의 역투에 힘입어 분위기를 주도한 KT는 5회말 로하스 주니어의 홈런으로 쐐기를 박았다. 5회초 무사 2루에서 좌완 손현기를 상대로 우타석에 들어선 로하스 주니어는 6구째 바깥쪽 직구를 걷어 올려 중월 투런포를 때려냈다. KT의 시즌 첫 한 경기 두 자릿수 득점을 만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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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멜 로하스 주니어가 19일 고척 KT전 1회초 선두타자 홈런을 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이 경기 전까지 로하스 주니어의 시즌 성적은 21경기 타율 0.200(80타수 16안타) 1홈런 4타점, OPS 0.604에 불과했다. 2020년 KBO리그 타격 4관왕과 MVP를 수상하고 5시즌 중 4시즌을 100타점을 올렸던 그답지 않은 성적이었다. 특히 4월 2일 수원 LG전 3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이후 17일 12경기 동안 단 한 개의 타점과 홈런을 올리지 못해 놀라움을 안겼다. 이는 32경기 타율 0.274, 4홈런 16타점으로 다소 부진했던 2019년 3~4월과 비교해도 현저히 떨어지는 페이스였다.
로하스 주니어는 "2019년에도 시즌 초반 안 좋았던 것 같다. 사실 선수라면 시즌 시작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그럴 때 더 좋아지기 위해 어떤 노력보단, 경기가 잘 안 풀려도 '나는 괜찮다'면서 자신감을 찾으려 한다. 그런데 그런 나보다 이강철 감독님이나 팀 동료들 그리고 팬분들이 내게 '로하스, 넌 지금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며 힘을 많이 주셨다. 거기서 정말 많은 에너지를 받고 경기에 나갈 수 있었고 그 믿음으로 오늘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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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멜 로하스 주니어가 19일 고척 KT전 1회초 선두타자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모두의 믿음은 KBO 역대 12번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과 팀의 대승으로 이어졌다. 이날 스위치히터 로하스 주니어가 친 좌-우타석 홈런은 2020년 7월 21일 수원 LG전 이후 1733일 만이었다. KT 구단에서도 6번째 기록으로 그중 5번을 로하스 주니어의 것이었다.
로하스 주니어는 "나 같은 스위치히터에게는 좌우 타석 홈런이 한 타석에서 홈런 3개 친 것보다 훨씬 더 의미가 있다. 매우 큰 긍정적인 의미가 있고 한 선수가 잘 치면 다른 선수들에게도 그 기세가 전파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의 좋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거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경기 후 '승장' KT 이강철 감독 역시 "팀이 힘든 상황에서 선발 소형준이 정말 좋은 투구를 하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타선에서는 로하스의 1회 선제 홈런으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이후 상대 실책과 추가 타점으로 빅이닝으로 만들며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찬스에서 장성우의 희생 번트도 승리의 키포인트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전체적으로 타자들의 타격감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 고무적이다. 선수들도 수고 많았고, 원정 경기에 응원 와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