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키움 푸이그(오른쪽)가 23일 두산전 4회말 두산 김유성의 머리로 향한 공에 불만을 나타내자 양의지가 직접 말리고 있다. 양 팀 선수들도 벤치에서 달려나와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
푸이그는 23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5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볼넷 맹타를 휘둘렀다.
극심한 타격 부진을 이어가던 푸이그는 전날 15경기 만에 홈런포를 날리며 팀에 귀중한 1승을 안겼던 터였다. 그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시선이 쏠렸던 경기였다.
첫 타석부터 출루를 했다. 2회말 0-2로 불리한 카운트에 몰린 푸이그는 3,4구 볼을 골라냈고 상대 선발 김유성의 5구 시속 125㎞ 커브가 몸쪽으로 높게 날아들어 어깨에 맞고 몸에 맞는 공으로 1루로 걸어나갔다. 푸이그는 김유성을 매서운 눈빛으로 쳐다봤고 김유성은 모자를 벗어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4회말 최주환의 투런 홈런으로 2-1로 역전한 상황에서 타석에 선 푸이그는 김유성의 시속 148㎞ 직구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투구가 머리 방향으로 향했는데 푸이그가 피하며 끔찍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2회 때와 달리 직구였기에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더구나 2회에도 한 차례 몸에 맞았고 앞선 타석에서 최주환에게 역전 홈런을 허용한 직후였기에 푸이그로서는 고의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것으로 보였다.
![]() |
임지열(왼쪽에서 3번째)이 2회말 김유성의 위협적인 공에 불만을 표시하자 양의지(왼쪽에서 2번째)와 양석환이 해명을 하고 있다. |
![]() |
카디네스(오른쪽)도 4회말 김유성의 연이어 몸쪽을 향한 공에 불만을 표하자 양의지가 달래고 있다. |
다만 김유성은 이날 내내 제구 난조를 겪었다. 2회 푸이그의 몸에 맞는 공 이후 임지열의 타석에서도 몸쪽으로 향하는 공을 던졌다. 임지열은 2번째라며 김유성에게 불만을 표했고 양의지와 양석환이 임지열을 달래는 모습도 포착됐다. 4회에도 카디네스가 연이어 몸쪽으로 향하는 공에 놀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번에도 양의지가 고의가 아니었다며 카디네스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연이라기엔 너무 비슷한 상황이 자주 반복됐고 푸이그는 김유성의 고의성을 의심하는 듯 불만스러운 표정과 함께 곧바로 마운드로 발길을 옮겼다. 두산 포수 양의지가 서둘러 뛰쳐나와 푸이그를 진정시켰고 양 팀 더그아웃에서도 모든 선수들이 모여들었다. 다행스럽게도 푸이그가 더 이상 흥분하지 않으며 상황은 일단락됐다.
심판은 김유성에게 빈볼성 투구에 대한 경고를 줬고 두산은 흔들릴 수 있는 김유성 대신 최준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 |
4회말 머리를 향하는 공이 날아들자 김유성에게 다가서며 불만을 표하고 있는 푸이그(오른쪽). |
![]() |
두산 김유성이 주심으로부터 빈볼성 공에 대해 경고를 받고 있다. |
그러나 이전 상황에 대한 분이 풀리지 않은 것인지 푸이그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았다. 6회말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등장해 박치국의 시속 145㎞ 직구를 받아쳐 우전 안타, 8회말엔 이영하를 상대로 선두 타자로 나서 1구 낮은 공을 골라내더니 2구 시속 148㎞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 때려 좌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무려 13경기 만에 나온 멀티히트 경기였다. 팀은 패했지만 전날 홈런에 이어 이날 멀티히트까지 작성한 푸이그의 반등은 큰 의미가 있었다.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타자를 2명으로 구성하는 고육지책을 쓸 정도로 타선의 무게감이 많이 떨어져 있던 상태였으나 푸이그는 타율이 0.202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16일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경기 전 만난 홍원기 감독은 "이 선수가 요즘 핫하다. 어제도 타점 찬스에서 계속 연결을 못하고 끊기는 경향이 있었다"며 "본인이 캠프 기간 동안 저하고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가겠다고 했는데 아직 그 약속은 지키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는 본인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믿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날 경기에선 시즌 처음으로 타순이 7번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외국인 투수 한 명을 대신해 데려왔지만 실망감만 키워갔고 팀 성적도 내리막길을 걷던 터였으나 전날에 이어 앞선 타석에서 분노를 표했던 푸이그는 완연한 반등세에 접어들었다. 패배는 뼈아프지만 타격감을 되찾은 것에 대해선 키움으로서도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부분이다.
![]() |
푸이그(가운데)가 패배 후 두산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
![]() |
경기 후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두산 김유성(가운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