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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에게 설명을 하고 있는 염경엽 감독. |
염경엽(57) LG 트윈스 감독은 시즌 첫 연패에도 선수 탓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책하며 복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팬들의 지적 여론을 직접 확인하는 듯했다.
염경엽 감독은 23일 잠실 NC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22일 경기 승부처를 되돌아봤다. 22일 LG는 NC에 4-5로 뒤지다 9회말 선두타자 박동원의 솔로 홈런으로 어렵사리 5-5 균형을 맞췄지만 아쉽게 5-6으로 졌다. 특히 박동원의 동점 홈런 직후 나온 타자인 구본혁이 좌중간 방면 2루타를 치고 나갔고 1사 3루 상황에서 경기를 끝낼 기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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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워하는 이영빈. |
이번 시즌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LG가 가장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경기였다. 염 감독은 이영빈 타석에서 오지환을 대타로 내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오지환이 수비 쪽에서 움직이는 건 되는데 방망이를 돌리면 통증이 느껴진다고 한다. 당분간 타격은 안 될 것 같다"고 직접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영빈을 교체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결국 거기서 쳐서 이영빈의 성장 바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결국 실패했다. 거기서 성공하면 선수 멘탈이나 자신감이 엄청나게 올라간다. 지난 시즌 구본혁이 그랬다. 결국 감독인 나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다. 차라리 스퀴즈를 해봤다면 (이영빈이) 상처라도 안 받을 것이다. 실패하면 감독 책임"이라고 되돌아봤다. 찬스에서 해결 못한 선수를 탓하는 것이 아닌 본인을 탓했다.
염경엽 감독은 "오지환 대타를 왜 안 냈냐는 팬들의 목소리도 많던데, 그 정도도 생각하지 못하면 여기 있는 나를 비롯한 모두가 옷을 벗어야 한다. 또 연장에서 왜 박명근이 나오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분명히 이유가 있다. 이유 없이 나오지 않는 것은 없다. 조금 더 길게 보고 휴식을 부여해야 하는 시기라서 그런 것이다. 감독인 나도 쓰고 싶었다. 될 수 있으면 가장 뒤로 뒀다. 뭉침 증세도 약간 있다고 해서 최대한 쉬게 해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시즌 첫 연패를 당했던 부분에 대해 염 감독은 "선수들은 충분히 잘해주고 있다. 22일 경기에서 분명 지긴 했지만, 선수들은 엄청 잘해줬다. 다만 감독이 어떤 결단을 내리고 선택한 부분들이 잘못되면서 진 시합이었다. 개인적으로 보기에 KBO 리그는 미국이나 일본 리그에 비해 7회부터 9회까지 감독의 영향력, 선택들이 승부를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고민 끝에 감독이 선택하고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책임져야 하는 자리다. 어쨌든 선택이 틀린 셈이기 때문"이라는 말로 선수들을 보호했다.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보인 염 감독은 23일 경기서 NC를 3-0으로 제압하며 연패 숫자를 '2'에서 끊었다. 동시에 경기 종료 후에도 "오늘 전체적으로 어려운 분위기였는데 주장 박해민을 중심으로 고참들이 분위기를 다시 잡아준 점도 칭찬하고 싶다"며 선수단을 향한 인사까지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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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기를 마치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LG 선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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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왼쪽)과 문보경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