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실책에도 "난 널 믿어", 이런 외인이 한화 1선발이어서... 창단 최초 대기록 더 뜻깊다

부산=김동윤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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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라이언 와이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의 라이언 와이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모두가 알다시피 심우준은 정말 좋은 유격수다(Everyone knows that he's a really good shortstop)."

한화 이글스 창단 최초 선발투수 8연승의 주인공이 된 라이언 와이스(29)가 불규칙한 바운드로 고생한 팀 동료를 감싸며 대기록에 더욱 의미를 더했다.


와이스는 2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방문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6이닝 8피안타 무사사구 12탈삼진 2실점으로 한화의 6-4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2023년 6월 21일 대전 KIA전부터 그해 7월 1일 대구 삼성전 이후 662일 만에 8연승에 성공한 한화는 15승 11패로 같은 날 SSG 랜더스에 패한 KT 위즈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이날도 역시 와이스의 주무기 스위퍼가 빛났다. 6회까지 총 20번의 헛스윙을 롯데 타자로부터 끌어냈는데, 그중 15번이 스위퍼였다. 여기에 105개(스위퍼 57구, 직구 41구, 커브 6구, 체인지업 1구)의 공 중 78개를 스트라이크로 던져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다.

시종일관 압도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경기 전까지 롯데는 팀 타율 리그 2위(0.279)의 강력한 타선을 보유 중이었고 와이스 역시 몇 차례 고비를 넘겼다. 3회말 고승민이 11구 승부 끝에 결국 중전 안타로 출루하는가 하면 5회말 2사 2루에서는 전민재의 타구가 유격수 심우준의 글러브에 맞고 굴절돼 중전 1타점 적시타가 되기도 했다. 전날(22일) 내린 많은 비 영향으로 불규칙 바운드가 많아 실책이 많이 나온 것도 악재였다.


한화의 라이언 와이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의 라이언 와이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의 심우준.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의 심우준.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경기 후 만난 와이스는 "내 피칭을 돌아본다면, 지난 경기도 그렇고 오늘(23일)도 그렇고 투구 수가 조금 많았다"고 아쉬워하면서 "그걸 빼고는 두 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하면서 6이닝 이상 끌어준 게 고무적이었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특히 전민재의 적시타 때는 심우준이 아쉬움에 한동안 고개를 못 들기도 했다. 이때 와이스는 두 손을 부딪치며 심우준에게 파이팅을 외치는 장면이 있었다. 이 장면에 대해 와이스는 "모두가 알다시피 심우준은 좋은 유격수다. 그때 실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며 "심우준에게 '오늘 공이 너한테 정말 자주 간다. 하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실점은 생각하지 마. 또 나는 너를 믿기 때문에 다음에 좋은 플레이로 보답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올해 한화 외국인 원투펀치가 팀 퍼스트를 외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난 우리 야수들을 믿는다"는 말은 와이스 인터뷰의 단골손님이고, 더 열정적인 성격의 폰세는 이미 지난달 28일 대전 KIA전에서 경기 중 자체 팀 미팅을 소집해 사기를 끌어 올려 화제를 모았다. 당시 폰세는 경기 후 취재진에 "(그 미팅에서) 너희들을 믿는다고 했다. 한 점만 뽑으면 우리 잘 풀릴 수 있으니 힘내자고 야수들에게 이야기했다"며 "마지막 이닝 후에 많은 점수를 내준 덕에 승리 투수가 될 수 있었다. 모두 한마음으로 이기고자 했던 동료들의 힘"이라고 팀원들에게 공을 돌린 바 있다.

와이스 역시 이날 심우준을 응원한 것 외에도 "최근 우리 야수들의 타격감이 살아나면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있어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타자들의 활약을 칭찬하면서 다 같이 일궈낸 팀 승리를 강조했다.

한화의 코디 폰세(왼쪽)와 라이언 와이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의 코디 폰세(왼쪽)와 라이언 와이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왼쪽부터 문동주,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류현진, 엄상백.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왼쪽부터 문동주,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류현진, 엄상백.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그렇게 하나가 된 한화는 1986년 창단 이후 최초로 선발투수 8연승에 성공했다. 지난 13일 문동주의 6이닝 1실점(0자책) 승리를 시작으로 코디 폰세(7이닝 무실점)-와이스(6이닝 2실점)-류현진(5⅓이닝 2실점)-엄상백(5이닝 4실점)-문동주(5이닝 2실점)-폰세(7이닝 무실점), 그리고 이날 와이스가 승리투수가 되면서 이글스 최초 역사가 쓰였다.

종전 기록은 선발승 7연승 3차례가 최고였다. 한희민-김용남-김홍명-한희민-이동석-김홍명-김용남이 1988년 5월 25일 마산 롯데전부터 그해 6월 5일 인천 태평양전까지 한 것이 첫 번째였다. 두 번째는 현재까지 한화의 유일한 우승 시즌인 1999년 9월 24일 인천 현대전부터 그해 10월 5일 대전 삼성전에서 정민철-이상목-정민철-이상목-정민철-구대성-이상목이 해냈다. 마지막 세 번째가 2001년 4월 7일 대전 SK(현 SSG)전부터 14일 청주 해태(현 KIA)전까지 조규수-한용덕-이상목-조규수-송진우-한용덕-박정진이 세운 7연속 선발승이었다.

또한 선발투수 8연승은 KBO 역사 전체로 따져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기록이다. KBO에 따르면 이날 경기 전까지 7연속 선발승은 올해 한화 포함 22팀이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지금의 한화와 역대 4개 팀(1986년 삼성 12연승, 1998년 현대 11연승, 2000년 현대 9연승, 2006년 현대 9연승)만이 7연속 선발승을 넘어섰다.

역대급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팀 분위기에 와이스는 책임감을 이야기했다. 와이스는 "최근 우리가 연승하면서 팀 분위기도 좋고 너무 즐겁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항상 선발 등판 때마다 최대한 길게 이닝을 가자는 마음가짐으로 투구한다. 그 부분은 변함이 없고 앞으로도 최대한 이닝을 길게 끌고 가려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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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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