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삼진 기록 4개나 세웠는데' 에이스 울렸다, '21K 명품 투수전→연장 역전극' 키움 3연패 탈출의 결정적 장면 [인천 현장]

인천=안호근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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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송성문이 26일 SSG전에서 8회초 동점 적시타를 날리고 포효하고 있다.
키움 송성문이 26일 SSG전에서 8회초 동점 적시타를 날리고 포효하고 있다.
5회 2사까지 노히트 피칭. 7회 물러날 때까지 단 한 점도 뽑지 못했다. 하루에 탈삼진 기록만 4개를 세웠다. 그런 에이스를 상대로 3연패에 빠진 최하위 팀이 값진 승리를 챙겼다.

홍원기(52)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2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연장 10회 승부 끝에 2-1 승리를 거뒀다.


3연패에 빠져 있던 키움은 드디어 10승(20패)에 도달하며 악몽에서 벗어났다. 'K머신' 상대 에이스 투수 등판 경기에서 거둔 승리라 더욱 뜻깊었다.

SSG 드류 앤더슨(31)의 호투가 빛났다. 6⅓이닝 동안 98구를 던지며 2피안타 2볼넷 무실점 호투를 펼쳤고 무려 14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최고 시속은 156㎞에 달하는 직구를 59구 뿌렸고 140㎞ 중반대의 체인지업을 21구, 이보다 느린 120㎞ 후반대 커브를 16구 섞었다. 커터도 2구 던졌다.

위력적인 직구에 타이밍을 맞추고 있던 키움 타자들은 웬만한 투수들의 속구보다 빠른 체인지업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1회초 전태현에 이어 2회 KKK로 마쳤는데 결정구는 모두 체인지업이었다.


SSG 선발 앤더슨이 이닝을 마치고 기뻐하고 있다.
SSG 선발 앤더슨이 이닝을 마치고 기뻐하고 있다.
역투를 펼치는 로젠버그.
역투를 펼치는 로젠버그.
3회부터 패턴을 바꿨다. 키움 타자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 뒤 알고도 못치는 직구로 승부를 봤다. 3회부터 무려 6개의 삼진을 하이 패스트볼로 잡아냈다. 중간 중간 타이밍을 빼앗는 커브로 2개, 체인지업으로 하나를 더 잡아냈다.

14탈삼진은 앤더슨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신기록이었다. 지난 시즌 5월 대체 선수로 합류한 앤더슨은 24경기 115⅔이닝 동안 무려 158탈삼진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K머신의 면모를 보였는데 종전 기록은 지난해 8월 25일 KT전 12탈삼진이었다.

3개의 기록을 더 세웠다.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 탈삼진 타이 기록이기도 했다. 역대 7번째. 또 SSG(SK 시절 포함) 투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04년 7월 25일 문학 KIA전 엄정욱(9이닝 무실점 승리)과 2022년 5월 31일 문학 KT전 윌머 폰트(7이닝 2실점 패배)와 구단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더불어 역대 41번째 개인 두 번째, 시즌 4번째 선발 타자 전원 탈삼진까지 4가지의 삼진 기록을 이날 모두 세웠다.

그러나 마지막에 웃은 건 키움이었다. 키움 선발 케니 로젠버그(30)도 만만찮은 호투를 펼친 게 첫 번째 이유였다. 7이닝 동안 105구를 던져 3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 호투하며 오히려 앤더슨보다 더 오래 버텼다.

그러자 기회가 찾아왔다. 1점 차 팽팽한 승부에서 앤더슨이 내려가자 키움 타자들이 힘을 냈다. 8회초 등판한 김민을 상대로 1사에서 오선진이 좌익수 방면 2루타로 밥상을 차렸고 2사에서 송성문이 1타점 우전 동점 적시타를 날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앤더슨의 승리 요건은 날아갔다.

로젠버그에 이어 배턴을 넘겨 받은 불펜진의 호투도 빛났다. 박윤성과 윤현이 1이닝씩을 실점 없이 막아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오선진이 10회초 역전 결승타를 날리고 있다.
오선진이 10회초 역전 결승타를 날리고 있다.
연장 10회초 등판한 김건우를 상대로 김태진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폭투 때 2루로 향했고 오선진이 깔끔한 우전 안타로 결승 타점을 올렸다. 10회말 등판한 마무리 주승우는 2사에서 유격수 실책으로 주자를 1루에 내보냈지만 최지훈을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 경기를 끝냈다.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와 전체 1순위 신인 정현우, 거포 이적생 김동엽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온전치 않은 전력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키움이다. 그렇기에 이닝이터 면모를 보인 1선발과 베테랑들의 해결 능력을 앞세운 역전, 불펜 투수들이 지켜낸 승리는 매우 값진 의미를 지녔다.

경기 후 홍원기 감독은 "선발 로젠버그가 7이닝 동안 완벽한 투구를 펼쳐줬다. 뒤이어 나온 불펜 투수들도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며 제 몫을 톡톡히 해줬다"며 마운드의 활약을 치켜세운 뒤 "공격에서는 8회 오선진의 2루타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고 송성문의 적시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0회 오선진이 다시 한번 기회를 살려 역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베테랑다운 역할을 해줬다"고 타선의 활약도 칭찬했다.

그러나 정작 승리의 결정적인 장면으로 꼽은 건 따로 있었다. 9회말 수비였다. 선두 타자 김성현의 절묘한 땅볼 타구 때 유격수 오선진이 대시했지만 공을 흘렸고 그 사이 타자주자는 2루까지 향했다. 대주자 석정우는 라이언 맥브룸의 3루수 땅볼 때 3루수가 1루로 송구하는 걸 보고 3루로 향했는데 1루수 최주환이 1루를 밟고 재빠르게 3루로 공을 뿌려 더블아웃을 만들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홍 감독은 "9회에는 내야 수비가 빛났다. 송성문이 2루 주자를 묶는 영리한 움직임을 보여줬고 최주환도 정확한 송구를 했다"며 "오선진 역시 빠르게 백업에 들어가 주자를 잡아냈다. 이 장면이 경기 흐름을 가져오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최하위 팀으로서 분위기가 어수선할 수 있었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보여줬기에 나올 수 있었던 호수비였고 이 수비로 분위기를 탄 뒤 곧바로 다음 이닝 공격에서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길어지는 패배에 마음고생을 했을 팬들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홍 감독은 "연패 중에도 변함없이 응원해주신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일 경기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키움 오선진(왼쪽)이 9회말 3루로 향하는 석정우를 태그아웃시키고 있다.
키움 오선진(왼쪽)이 9회말 3루로 향하는 석정우를 태그아웃시키고 있다.
승리 후 오선진(오른쪽)이 홍원기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승리 후 오선진(오른쪽)이 홍원기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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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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