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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오선진이 26일 SSG전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오선진은 2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6회말 대수비로 투입돼 2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하며 팀의 모든 점수에 관여했다.
SSG 선발 드류 앤더슨에게 꽁꽁 틀어막히며 14개의 삼진을 당했던 키움 타선의 득점의 물꼬를 튼 건 오선진이었다. 팀이 0-1로 끌려가던 8회초 1사에서 좌익수 방면 2루타로 출루했고 송성문의 우전 안타 때 동점 득점을 해냈다.
결국 승부는 연장으로 향했고 10회초엔 볼넷에 이어 상대 폭투로 2루를 밟은 김태진을 역전 1타점 적시타로 홈으로 불러들였다. 결정적인 안타 2개가 이날 키움에 승리를 안겨줬다.
경기 후 홍원기 감독은 "공격에서 8회 오선진의 2루타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고, 송성문의 적시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며 "10회 오선진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살려 역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베테랑다운 역할을 해줬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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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진이 8회초 2루타를 날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역전 결승타 이후에도 10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최준우의 땅볼 타구 때 포구에 실패해 실책을 범했는데 주승우가 최지훈을 3루수 파울 플라이로 돌려세우며 안도할 수 있었다. '인간미'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타선에서 활약이 워낙 강렬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오선진은 "경기 출전을 일찍하게 돼 두 타석이나 나섰는데 다 팀이 승리할 수 있는 데 도움을 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며 "제가 뭘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1,2루 간이 넓게 보여서 그쪽으로 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공이 마침 바깥쪽으로 왔고 가볍게 컨택트만 했는데 코스가 좋아 이런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2008년 한화 이글스에서 데뷔해 2021년 트레이드로 삼성 라이온즈, 2023년 자유계약선수(FA)로 다시 친정팀으로 돌아갔지만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해 뛰었다. 시즌 종료 후 방출 통보를 받았고 은퇴를 고민하고 있었으나 키움이 내민 손을 잡았다. 연봉은 4000만원. 키움은 경험 많은 베테랑이 필요했고 오선진은 적은 연봉에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올 시즌 21경기에 나섰지만 타석은 33차례에 불과했다. 그만큼 주된 역할은 대수비와 대타 등에 국한됐다. 그럼에도 최근 10경기 타율이 0.357(14타수 5안타)에 달한다. 올 시즌 타율은 0.286(28타수 8안타)인데 득점권 타율은 무려 0.500이다. 그만큼 집중력 있게 기회를 준비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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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10회초 역전 결승타를 날리고 있는 오선진. |
꾸준하게 기회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감각을 유지하는 것일까. 오선진은 "컨디션 관리는 잘하고 있다. 오히려 계속 나가지 않고 이렇게 나가는 게 저에겐 나름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뒤에서 준비하는 게 여태껏 야구를 하면서 이런 위치에서 계속 해왔기 때문에 편하다"라고 전했다.
앤더슨의 완벽한 투구에 압도되는 분위기였으나 8회 오선진의 2루타 한 방과 동점 득점으로 단숨에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오선진은 "케니(로젠버그)가 너무 잘 던져줘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점수를 더 주고 했을 때는 조금 힘들겠다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투구수를 보니앤더스도 많았다. 내려가면 찬스가 계속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뒤집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장 은퇴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와 커리어지만 선수라면 누구나 조연에만 그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그러나 오선진은 조금 달랐다. 그는 "저는 경쟁이라기보다는 매 경기 나가는 데 있어 행복함을 느낀다"며 "경기를 안 나가고 더그아웃에서 보고 후배들에게 파이팅을 해주는 것도 행복하다"고 밝혔다.
끝이 될 수 있었던 커리어였기에 더욱 매 순간을 소중히 받아들이고 있다. "팬들 앞에 서지 못할 수도 있었는데 키움에서 기회를 주셔서 이렇게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팀에서 생각하는 제 위치를 스스로도 잘 알고 있고 매 경기 그 부분을 착실히 해내려고 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제 손으로 팀의 3연패를 끊어낸 오선진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하고 매 경기 이기려고 하는데 뭔가 잘 안 맞는 게 있었다. 선수들이 열심히 준비하는 걸 알고 있기에 옆에서 보기 안타까웠다"며 "결과적으로 경기장에서 안 나오니까 조금 아쉬운데 오늘을 계기로 5월에 들어가면서 좋은 반등을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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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후 오선진(오른쪽)이 홍원기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