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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SSG 랜더스 드류 앤더슨(31)은 KBO리그 역사에 있어서도 손꼽을 삼진(K) 머신이다. 지난해 5월 중도 입국했음에도 24경기 11승 3패 평균자책점 3.89, 115⅔이닝 158탈삼진으로 탈삼진 부문 리그 공동 7위에 올랐다. 9이닝당 탈삼진으로 본다면 12.29개로 1996년 구대성(전 한화)이 가지고 있던 11.85개 기록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올해도 그 구위는 여전해서 6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3.21, 33⅔이닝 54탈삼진으로 9이닝당 탈삼진 수가 무려 14.44개에 달한다. 4월부터는 매 경기 8개 이상의 삼진을 뽑아내고 있는데 지난 26일 인천 키움 히어로즈전은 단연 압권이었다.
앤더슨은 7회 1사 만루에서 강판당할 때까지 매 이닝 삼진을 솎아내며 무려 14탈삼진을 달성했다. 최고 시속 156㎞에 달하는 직구와 140㎞ 중반대의 체인지업을 주 무기로 2~3회는 아예 기록지를 KKKKKK로 도배했으며, 3구 삼진도 4차례에 달했다. 그 결과 선발 타자 전원 탈삼진과 함께 자신의 개인, SSG 구단, KBO 역대 외국인 투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그러나 류현진의 17탈삼진 기록에는 여전히 3개가 모자랐다. 앤더슨도 98개의 투구 수를 생각하면 더 도전할 수도 있었겠으나, SSG가 겨우 1점 차로 앞선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제구 난조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직구 구속도 시속 151~2㎞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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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류 앤더슨. /사진=SSG 랜더스 제공 |
철저한 투구 수 관리가 들어가는 현대 야구에서는 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3구 삼진으로 17개를 잡아도 51개인데 콘택트에 집중하는 KBO리그 특성상 삼진을 잡는 데 그 두 배의 공은 더 필요하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 6회까지 퍼펙트에 가까운 피칭을 펼친다 해도 102개다.
그렇다고 당시 류현진이 단순히 투구 수 제한이 없어 17개의 삼진을 잡아낸 것도 아니었다. 당시 류현진은 9이닝 동안 124개의 공으로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17탈삼진 1실점 승리투수가 됐다. 기록에서도 보이듯 퍼펙트와 거리가 먼 피칭이었고 6번의 출루를 허용했다. 특유의 완급 조절로 매 이닝을 공 14개 이하로 끊어낸 덕분으로, 많은 삼진에는 강속구가 꼭 필요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시속 155㎞ 이상의 빠른 공을 가지지 않고도 뛰어난 제구와 강속구 투수 못지않은 구위로 17개의 삼진을 솎아낸 것은 그 당시 류현진의 위엄이라 볼 수 있다. 대부분 제구가 아쉬운 KBO 파이어볼러 외인들에게 2010년 류현진은 여전히 따라가야 할 롤모델이다.
최근 2경기 연속 10개의 삼진을 잡아낸 팀 동료 라이언 와이스(29) 역시 23일 부산 롯데전을 승리로 이끈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류현진의 17탈삼진 기록이 아직 깨지지 않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면서 "오늘(23일) 나는 파울도 많았고 안타도 많았다. 초반에 제구가 안 된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조금 더 보완해서 다음 경기부터는 투구 수를 조금 더 줄여보고 싶다. 많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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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