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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피해자 어머니(왼쪽 두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143엔터테인먼트 이용학 대표의 강제추행 사건 고소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2025.04.29 /사진=이동훈 photoguy@ |
143엔터테인먼트(이하 143엔터) 이용학 대표와 소속 걸 그룹 메이딘 전 멤버 가은의 강제 추행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오전 가은 측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함께 '143엔터 이용학 대표의 소속 아이돌 멤버 강제추행 고소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가은의 모친과 143엔터 전 직원 허씨 등이 참석했다.
이날 가은 측의 법률대리인은 서울 강남경찰서에 이용학 대표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은의 모친은 이용학 대표가 메이딘 멤버들 사이에서 이간질을 하며 동료들끼리 서로 감시하게 만들었다고 주장, "매일 숙소와 회사에 갇혀 이용학 대표의 감시 아래 갇혀지내던 아이는 친구와 지인들의 소통도 막혔다. 심지어 춤 선생님에게 연락을 해 수업 관련 대화를 나눈 것을 두고 숙소에 찾아와 휴대폰 검사를 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가은의 모친은 이용학 대표의 강제추행 의혹도 폭로했다. 그는 "가벼운 스킨십이었던 신체적 접촉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더욱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가은이 '이제 내 몸 좀 그만 터치하라'고 명확하게 말했다. 그러자 이용학 대표는 아이를 무시하며 업무상 지속적인 불이익과 부당한 대우를 이어갔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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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딘 출신 가은 /사진=143엔터테인먼트 |
딸 생각에 결국 눈물을 쏟은 가은의 모친은 "아이의 의사를 가장 우선에 두기로 했다. 그래서 신고도 하지 않고 대표에게 각서를 하나 받아내고 조용히 상황을 마무리 지어보려고 했다. 아이는 계속 활동을 이어가길 원했고 대표가 일선에서 물어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대표는 물러나기는 커녕 스케줄 하나하나에 간섭을 했고 가은이 외면할 때마다 휘파람을 불며 마치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아이는 '귀에 휘파람 소리가 맴돈다'며 눈물을 흘리며 '미칠 것 같다'고 힘들어했다. 그 모든 상황이 가혹했고 아이는 결국 무너졌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고 나는 아이 곁을 떠날 수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가은 측은 이용학 대표의 자필 각서를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해당 각서에는 이용학 대표가 가은에 대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다는 내용과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약속 등이 담겨있었다.
가은의 모친은 이용학 대표가 각서 작성에도 불구하고 만행은 계속됐다면서 "가은의 아빠가 이용학 대표를 만났고 '원하는 조건을 다 들어주겠다'고 해서 조율하다가 대표는 '회사가 입장문을 먼저 낼테니 아이에게 인스타그램으로 올리는 회사 입장문에 좋아요를 누르라'고 했다. 아이는 그것까지 들어줬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용학 대표는 아이의 입장문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들이 보내온 내용을 받았을 때 나는 눈물이 났다. 입장문은 거짓 투성이였고 왜 우리가 이 거짓말을 올려야하는가, 피해자가 가해자처럼 행동해야되나 해서 못하겠다고 했다. 그러니 이용학 대표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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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진행된 143엔터테인먼트 이용학 대표의 강제추행 사건 고소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어머니(오른쪽)가 전 143엔터 직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2025.04.29 /사진=이동훈 photoguy@ |
또한 가은의 모친은 "아이의 아이돌 활동도, 대표의 사과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표에게 요구할 수 있는 건 고작 합의금 뿐이었다. 부끄럽지만 우린 가진 것 없는 부모였다. 그래서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이나 공부라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기 위해 대표에게 합의금이라도 달라고 했다. 아이의 미래를 걱정한 부모의 미련한 마음이었다. 다른 사람에겐 단순히 돈을 요구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니 오히려 아이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들고 후회가 든다. 대표는 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합의금도 단칼에 거절했다. 그는 가은이가 다칠텐데 괜찮겠냐며 협박의 말을 남기고 10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라고 후회했다.
이외에도 과거 143엔터에서 A&R 업무를 맡았던 허씨는 "소속사 트레이너의 급여도 꾸준히 밀렸다. 직원 전원의 월급이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가 예뻐하는 특정 고등학생 멤버에게 공개적으로 명품 가방을 선물했기 때문에 결정적으로 퇴사하게 됐다. 과거에도 직원들 월급을 밀리면서 명품백을 선물하는 일이 잦았고 여러 학부모에게 몇천만 원에서 억 단위로 현금을 받아간 내용을 확인했다. 강제 추행을 하거나 '사랑한다', '소원 들어달라', '사귀자'는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라고 폭로했다.
해당 기자회견이 끝난 후 143엔터 측은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143엔터 측은 "현재 해당 멤버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이 있으나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그 과정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고자 한다"면서 "해당 멤버 측은 이미 작년에 보도되었던 사건과 관련하여 일방적인 주장을 근거로 거액의 위로금을 요구하다가 이를 거부하자 사건 발생 6개월가량 지난 상황에서 형사 고소를 한 점 역시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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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진행된 143엔터테인먼트 이용학 대표의 강제추행 사건 고소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어머니(가운데)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04.29 /사진=이동훈 photoguy@ |
앞서 지난해 11월 JTBC '사건반장'에는 이용학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가은의 사건이 보도됐다. 당시 가은의 주장에 따르면, 이용학 대표는 '너 소원 들어주면 내 소원도 들어줄 거야? 내 소원은 일일 여자친구를 해주는 거야'라며 강제로 입을 맞추고 혀를 넣으려 하며 신체를 만졌다. 또한 가은은 "이용학 대표가 데이트를 요구했고 영화관에서도 강제로 입맞춤과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용학 대표는 "해당 멤버가 먼저 팀에서 활동을 계속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며 일일 여자친구가 되어주겠다고 제안했다"라며 반박했다. 또한 143엔터 측은 '사건반장' 보도 내용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가은의 팀 탈퇴 소식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