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 민규동 감독, 김희애부터 이혜영까지 "난 끝없이 미움받는 존재"[인터뷰②]

김나연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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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동 감독 / 사진=NEW, 수필름
민규동 감독 / 사진=NEW, 수필름
민규동 감독이 배우들과 작업 과정에 대해 "전 끝없이 미움받는 존재"라고 말했다.

29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파과'(감독 민규동)의 연출을 맡은 민규동 감독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의 강렬한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

민규동 감독은 데뷔작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부터 로맨틱 코미디 '내 아내의 모든 것', 역사를 소재로 한 '허스토리'까지 공포,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 SF 등 장르를 넘나들며 섬세한 연출을 입증해왔다. 전형적인 장르 연출을 탈피하는 본인만의 스타일을 확립한 민규동 감독이 이번엔 유례없는 캐릭터 설정과 독창적인 액션을 중심으로 인간 내면을 밀도 있게 그려낸 액션 드라마 '파과'를 선보인다.

민규동 감독은 '파과'를 액션 장르로 설정하고, 이혜영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다며 "할 수 없는 건 시킬 수 없다. 이혜영이 걷는 모습만 있어도 액션은 될 수 있다. 제가 '와호장룡'을 예를 들며 설명했다"며 "근데 겁을 점점 내려놓고, 육체적 고행이 익숙해지시면서 '그럼 좀 더 해보자.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자'라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혜영은 민규동 감독과 작업하며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고 밝히기도. 그는 "표준계약서의 주 52시간, 타이트하게 해내야만 하는 무시무시한 조건을 잘 이해하지 못하셨다. 제 속도가 배우보다 훨씬 빨랐고, 배우는 계속 멱살 잡혀서 저한테 끌려오니까 이런 경우는 처음이고, 감독이 자기를 너무 안 사랑하는 것 같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데 저는 초월적 사랑이다"라고 웃으며 "이렇게까지 사랑해 본 적이 없다. 제가 포기하지 못하니까 끌고 갔고,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보시고, 풀리신 것 같다. '이게 이런 영화였구나. 내 고생이 이렇게 구원받는구나' 싶으셨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마지막 컷을 찍고 나서 선배님이 안아줬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왔다. 너무 창피해서 제가 도망갔다. 스태프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불가능하다는 걸 매일 확인하다가 마지막엔 마치 내가 새로 태어난 것처럼 가능하다는 걸 확인한 순간 너무 복받쳤다"고 전했다.

전작 '허스토리'에서 김희애와 작업하기도 했던 민규동 감독은 "선배님들을 애니메이션 '슈렉'에 나온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바라본다. 사실 '파과'는 예산도 부족하고, 스태프도 경험 많은 사람이 적었지만 그래도 슬프지 않았다. 이혜영 선배를 표제로 내세울 때 이 고행은 제가 선택한 거기 때문에 고통스럽지만, 즐거웠다. 그러니까 선배님도 즐겨달라고 부탁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허스토리' 때 김희애 선배님은 부산 사투리, 일어 대사를 써야 했고, 리딩 전날 위경련이 와서 응급실까지 가셨다. 일어 대사를 통째로 외우셨는데 제가 조금 바꾼 거다. 저는 나름 배려한다는 마음이었는데 저 베테랑 배우가 위경련까지 일으킨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 끝없이 미움받는 존재가 나인 것 같고, 또 다시 사랑받아야 하는 감독의 숙명"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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