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T 원상현이 조커 문양이 새겨진 글러브를 끼고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KT는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방문경기에서 두산 베어스에 3-2로 한 점 차 신승을 거뒀다. 이로써 2연패를 탈출한 KT는 15승 1무 14패로 다시 승패 마진 +1을 만들었다. 반면 두산은 전 경기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며 12승 17패로 8위에 머물렀다.
이날 두산은 1회 흔들리는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를 공략하지 못하며 6회까지 안타 하나만 생산하는 데 그쳤다.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쿠에바스의 변화무쌍한 볼 배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탓이 컸다.
그런 의미에서 쿠에바스가 내려간 첫 이닝은 중요했다. 선발 투수에 눌린 타선이 불펜 투수들을 상대로 타격감이 살아나는 것도 흔히 있는 일이기 때문. 타순도 김인태-양석환-오명진으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원상현이 그 기세를 원천 차단했다.
원상현은 7회 마운드에 올라와 김인태를 체인지업 2개와 직구, 커브로 2루 땅볼 처리하더니, 양석환과 오명진에게 연속 삼진을 잡아냈다. 특히 양석환과 타석에서는 직구 3개를 던져 3B0S의 불리한 볼 카운트에 놓였으나, 스트라이크 존에 재차 직구 2개를 꽂고 마지막에는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솎아내 기세를 올렸다.
1이닝 동안 피안타와 볼넷 없이 2삼진 무실점. 이날 두산 타자들이 출루조차 하지 못한 유일한 투수가 원상현이었다.
![]() |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 대 KT 위즈 경기가 2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KT 원상현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 |
KT 손동현. /사진=김진경 대기자 |
예년과 달리 차분해진 마인드와 꾸준한 활약이 돋보인다. 그 이유로 경기 전 만난 원상현은 "지난해 경험한 것이 컸다. 아무 생각 없이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했고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올해는 등판 때마다 공 하나의 소중함과 간절함을 많이 느낀다. 그 마음가짐으로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좋게 가는 것 같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든든한 투수조 형들은 천방지축이던 고졸 유망주를 한층 더 성장시켰다. 원상현은 "지난해를 경험하며 내 몸에 대해 더 잘 알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도 깨달았다. 많이 챙겨 먹고 잘 자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 요새 좀 많이 먹는다"며 "솔직히 말해 사람이 안 지칠 순 없지만, 여름이 오기 전에 더 먹고 자고 해야 한다고 형들이 한 번 더 조언을 주셔서 일부러 더 챙겨 먹는다. 아직 구위가 떨어지진 않았지만, 항상 방심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팀에 배울 점이 많은 형들이 정말 많다. 요즘에는 (손)동현이 형을 귀찮을 정도로 따라다니면서 루틴이나 생활 패턴을 물어본다. 내가 본받을 수 있는 형이 누굴까 생각하다가 동현이 형을 많이 따라 한다. 예를 들어 3회에는 스트레칭을 하고 4회에는 투구 동작을 연습하는 식이다. 다른 형들도 잘 챙겨주시지만, 동현이 형이 제일 잘 챙겨주기도 한다"고 웃었다.
혹독한 프로 무대에 내심 상처도 많이 받았던 고졸 신인은 지난해 보여주지 못했던 패기를 2년 차인 올해부터라도 보여주고 싶어 한다. 항상 들고나오는 조커 글러브도 그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다. 유명 영화 속 모두를 공포에 떨게 하는 조커처럼, 마운드 위 상대 타자만큼은 확실히 기선 제압하는 것이 원상현의 목표다. 원상현은 "호주 마무리 캠프가 끝나고 글러브를 받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조커 문양이 무섭지 않나, 타자들도 나를 그렇게 끔찍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새겨봤다"고 힘줘 말했다.